하늘은 아무 일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 우주망원경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세요?”
메기가 잔뜩 심각한 표정으로 토미리를 쳐다보았다.
“아, 아냐. 그냥 생각할 게 좀 있어서.”
토미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관제센터를 쳐다보았다.
“관제사들 분위기는 어때?”
“별로 좋은 분위기는 아니에요, 좀 어수선하죠.”
짐작은 했지만 직접 들으니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에요.”
메기는 자포자기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뉴스에서는 매일 이상한 일들만 이야기하고, 휴스턴에서는 이상한 소리 때문에 정신이 없으니까 하는 말이에요.”
관제사들을 쳐다보았다.
‘인류는 멈춰서는 안 된다.’라는 NASA 표어가 생각났다.
휴스턴은 물론이고 나사의 모든 기관은 밤이고 낮이고 불을 끌 수가 없다.
이 순간에도 우주에는 수십 명의 우주인이 나가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의 고독감과 외로움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메기 같지 않게 약한 소리는.”
“저도 여자란 말이에요, 남자가 아니라고요!”
메기가 목소리를 높였다.
“남자 아냐?”
“여자라고요!”
눈이 똥그래진 메기가 토미리를 흘겨보았다.
그때였다. 꽝! 하는 굉음이 고막을 때렸다.
“무슨 소리죠?”
메기가 깜짝 놀란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관제사들도 모두 놀란 표정으로 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엄청난 굉음이었다.
“‘소닉붐(Sonic Boom)’아냐?”
“제트비행기 말이에요?”
“응.”
“센터 위로는 비행기 운항이 금지되어 있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소리가 너무 커서 말이야.”
토미리는 창밖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은 아무 일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놀란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나가서 하늘을 쳐다보는 게 보였다.
교통안전국(NTSB)에 문의했지만 그 시간에는 관제센터 주변으로 비행기 운항이 없다고 하였고, 소닉붐을 일으키는 제트기 비행 또한 없다고 하였다. 그 대답은 연방항공국(FAA)도 마찬가지였다. 굉음은 휴스턴뿐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에 들렸으며, 911에는 문의 전화가 폭주하였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도 별다른 답을 내놓지 못했다. 소리는 세계 여러 곳에서 들렸으며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렸다.
레이먼드는 회의가 끝난 후 다시 하우루스가 수신한 녹음 파일들과 씨름하기 시작했다.
녹음 파일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파일 길이도 모두 다르고 진폭도 모두 달랐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소리 파일들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앞서 회의 때 쉽게 들을 수 있었던 파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며칠 동안 밤샘으로 레이먼드의 눈이 퀭했다.
레이먼드는 파일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스펙토그램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파일을 주파수와 진폭, 녹음된 시간순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Mel Scale 변환을 해주고 음향화 작업을 거쳤다.
너무 많아 하나하나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가장 최근에 녹음된 파일부터 변환작업을 하기로 하였다.
“이제 주파수와 진폭이 같은 것만 찾으면 된다 이거야.”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레이먼드의 손이 바빠졌다.
레이먼드의 손이 떨렸다.
“이건 바람 소리 같은데……,”
파일 가운데는 아주 약한 바람 소리 같은 게 녹음되어 있기도 했다.
다시 다른 파일을 열었다.
“이건?”
순간 레이먼드의 손이 떨렸다.
“웅- 웅- 웅- 웅- 웅-.”
레이먼드는 얼어붙었다.
소리는 몇 초간 계속되다가 끊어졌다.
‘정말, 하우루스도 들었단 말이지......’
레이먼드는 조심스럽게 다른 파일을 열었다.
“바로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