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연탄트럭

트럭 뒷 꽁무니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놀았던 피난민촌 아이들.

by 이대영

시내에서 놀다 오거나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올라가던 길에 가끔은 산동네 아래에 있는 연탄가게로 연탄 배달을 하러 올라가는 트럭을 만날 수 있었다. 트럭은 지금은 자취를 감춘 바퀴가 세 개 달린 삼륜자동차였는데 연탄을 짐칸에 가득 싣고 좌우로 기우뚱 거리며 올라가는 것을 보면 위험해 보였다.


무료하게 터벅터벅 걸음으로 집으로 올라가던 길에 만난 트럭을 아이들이 그냥 놓칠 리 없었다. 아이들은 연탄을 가득 싣고 경사 길을 힘겹게 올라가는 트럭 뒤를 따라가서 연탄 적재함 뒷 꽁무니를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렸다. 트럭이 느리게 올라갔기 때문에 아무리 달리기 실력이 형편없는 아이라도 쉽게 트럭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트럭 뒤에 매달린 것을 알고 조수가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야 이놈들아 다친다 다쳐.”

운전석 옆 조수석에 앉은 형이 뒤를 흘깃 쳐다보면서 소리를 쳤지만 몇 번 그렇게 소리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 소리가 그냥 으레 하는 소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이들이 트럭에 매달릴 때마다 조수석에 않은 형은 늘 그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트럭에 매달린다고 트럭을 세울 수도 없었다. 가파른 경사길이라 트럭은 힘을 내어서 계속 올라가야만 했다. 중간에 만약 트럭이 섰다가는 다시 올라가려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연탄을 가득 실은 자동차는 고장 날 정도로 엔진 소리가 심했다. 차 뒤 배기구에서는 검은 매연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자동차 앞에서도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연탄은 그 시절 유일한 난방연료였다. 부엌 아궁에 옆에는 연탄이 수십 장씩 쌓여 있었다. 그것도 형편이 조금은 나은 집이 그랬다. 형편이 어려운 집은 매일마다 새끼줄에 연탄을 한두 장씩 꿰어서 연탄을 사 갔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어려운 집에서는 ‘곡수’를 주워다가 태웠는데, 그러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산에서 나무를 베다가 불을 지폈고, 그런 집에 들어가면 매캐한 나무 탄 냄새가 코를 찔렀다.


겨울이면 연탄을 수백 장씩 사서 창고에 쌓아 놓고 겨울 준비를 했다. 연탄을 주문하면 연탄 가게에서 연탄을 배달해 주는데 배달료는 따로 받았다. 나도 가끔 연탄 배달 일을 했는데, 연탄 지게를 많이 져 본 적이 없는지라 연탄을 몇 장 지지도 않았는데 다리가 후덜거렸다. 이를 악물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그렇게 해서 받은 몇십 원으로 기름에 튀긴 과자를 사서 동생들에게 주기도 했다.


연탄가스 사고도 많았다. 여름 습기가 차는 날이나, 연탄을 많이 사용하는 겨울철에는 연탄가스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어른들은 그때마다 살얼음이 동동 뜨는 차가운 동치미 국물을 떠서 먹였고, 급기야는 병원에까지 가는 일도 다반사였다. 나도 사촌 동생을 연탄가스로 잃었다.


연탄재가 모이면 아이들은 돌 담 뒤로 연탄재를 쌓아놓고 연탄재 싸움을 했다. 연탄재를 부숴서 적당한 크기로 던지면 힘도 들지 않고 맞아도 아프지 않고 싸움하기에 적당했다. 연탄재 싸움을 하고 나면 동네는 온통 연탄재로 뒤덮였다. 아이들의 머리와 옷은 물론이고 얼굴은 마치 분을 바른 듯 하얘졌다. 가끔은 다른 동네 아이들과도 연탄재 싸움을 했는데 그럴 때면 온 동네 연탄재가 다 동원되었다.


연탄을 다 내린 트럭은 다시 내려가기 위해 차 앞에 나 있는 조그만 구멍에 기역자 같이 생긴 쇠파이프 넣고 힘껏 돌렸다. 차 시동을 거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차 안에 있는 열쇠 구멍에 차 열쇠를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지만 그때는 마치 발동기처럼 사람 힘으로 돌려서 시동을 걸어야만 했다. 몇 번을 돌리자 그때마다 마치 허파에 바람 빠지듯이 털털거리던 차가 마침내 시동이 걸렸다. 차 주위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아이들이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연탄 검정으로 얼굴이 새까매진 운전수가 아저씨가 아이들을 한 바퀴 휙 둘러보며 말했다.

“너그들 저 밑에 학교까지만 태워 줄게 어서 타라.”

“와!”

그렇지 않아도 혹시나 트럭을 한번 태워주지 않을까 하고 기다리던 아이들에게 아저씨의 말은 더없이 기쁜 말이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트럭 위에 올라탔다. 키 큰 형들이 먼저 올라타고, 키 작은 동생들은 형들이 위에서 당겨주고 밑에서 올려주고 해서 간신히 트럭에 올라탈 수 있었다. 아이들은 손이나 옷에 검정이 묻는 것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포장이 되지 않은 길이라 트럭은 내려가면서 덜컹거리고 쿵 쿵 거리면서 내려갔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힘을 다해서 트럭 난간을 붙잡았다. 아이들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산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동생들도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누런 코를 흘리는 동생도 코를 훌쩍 거리며 좋아했다.


트럭은 산길을 구불구불 내려와서 학교가 보이는 길 앞에서 멈추었다. 아이들은 벌써 다 왔는가 하는 눈치였다.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내리지 않으려는 동생들도 있었다.

“다음에 또 태워 줄게. 어서 내리라.”

“정말요? 다음에 진짜 태워 주죠?”

아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묻고 또 물었다.

아이들이 모두 내린 것을 확인하고 조수석에 앉은 조수형이 “오라이”하고 외치자 트럭은 다시 움직였다.


트럭은 다시 시내로 덜컹거리며 내려갔다. 아이들은 한참 동안 먼지를 날리며 내려가는 트럭을 지켜보았다. 트럭이 저 멀리 모퉁이를 돌아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이들은 트럭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형아, 다음에 태워 줄 때 우리 꼭 불러래이. 알았제?”

“그래. 알았다.”

“정말이데이.”

“그래.”

동생들은 형들의 다짐을 받고서야 안심이 된 듯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 올까? “

“내일 올까”

“내일은 안 온다.”

“그라몬 두 밤 자면 오나?”

“몰라.”

“빨리 오면 좋겠다. 그자.”

동생들은 그다음 날부터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트럭은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오지 않았다. 실망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트럭은 더 이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언덕배기에서 놀던 아이들에게 소리가 들렸다.

“형님아! 연탄 차 온다. 빨리 와 봐라”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우르르 언덕 위로 몰려갔다.

정말 언덕 아래 저 멀리서 뽀얗게 먼지를 날리면서 연탄 트럭이 기우뚱 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차 앞 유리에는 운전수 아저씨와 조수 형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은 아래 동네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형들은 동생들 손을 잡고 있었다. 형들보다 동생들의 발이 더 빨랐다. 마음은 벌써 트럭 아저씨와 조수석 삼촌을 만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연탄 트럭을 타고 있겠지.’ 아이들의 걸음이 바빠졌다.

저 멀리 연탄가게 아저씨가 나와서 언덕을 올라오는 트럭을 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형들보다 동생들이 더 좋아했다. 겨울이면 연탄 트럭은 자주 올라왔다.

“형아!, 연탄 트럭 또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