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금숙 작가 Oct 03. 2016

모나리자 신드롬

류미경 씨는 7년 차 부부다. 남편과 3년의 연애를 통해 결혼하였다. 부부에게는 다섯 살 된 유치원생 딸이 한 명 있다. 둘 다 맞벌이 부부이지만 퇴근 후 가사는 대부분 그녀의 몫이다. 오늘따라 미경 씨는 너무나 피곤하다. 피곤함을 견디며 저녁상을 차렸다. 여느 때처럼 식사 후 남편은 소파에 누워 리모컨으로 뉴스에 채널을 고정하고 있다. 

설거지를 하던 그녀는 딸아이의 준비물이 생각났다. 주방 일을 끝내면 문구점이 문을 닫을 시간이다. 그녀는 남편에게 아이 준비물 좀 사 오라고 하였다. 남편의 대답은 NO! 였다. 이유는 뉴스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하고 인터넷으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녀는 화가 났다. 하루 종일 회사 업무로 종종 거리다가 퇴근하여 피곤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왜 육아와 가사 일 대부분을 혼자 도맡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너무 불합리하다. 그녀는 애써 화를 참으며 한번 더 이야기하였다. 
"나는 지금 주방 일을 하고 있잖아. 곧 문구점 문 닫을 시간인데 빨리 가서 준비물 좀 사오세요." 그러나 남편은 꿋꿋하게 소파를 지켰다. 
"미리 좀 사놓지. 이때까지 뭐했어. 난 뉴스 봐야해"
결국 그녀가 설거지를 하다 말고 준비물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서야 했다. 그녀는 왜 자신이 모든 것을 참아야 하는지 화가 났다. 남편에게도 화가 났지만 매번 이렇게 화를 꾹꾹 누르며 그냥 넘어가 버리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남편과의 갈등이 두려운 것이다. 

사소한 일상의 다툼처럼 여겨지지만 이러한 일들이 쌓이면 여성은 스스로 무력감을 느낀다. 작은 휴지 하나 바닥에 떨어진 것을 줍지 않고 그냥 두게 되면 사람들은 버려도 되는 줄 알고 행동하게 되고 나중에는 쓰레기 더미가 되어 버린다. 당신이 사는 거실에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다면 그냥 있겠는가. 그전에 미리 후딱 치워버렸을 것이다. 당신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사례의 류미경 씨처럼 매번 이렇게 넘어가 버리면 언제까지나 당신이 모든 것을 다해내야 할 것이다. 자신의 태도가 미래의 당신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인지를 생각해 보라.


모나리자 신드롬>의 저자인 우테 에어하르트는 책에서 여성들의 길들여진 무력감을 ‘모나리자 신드롬’ 이라고 하였다. 그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서는 전통적인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그녀의 저서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에서 저자는 모나리자 근성의 일반적인 징후를 네 가지로 설명하였다. 

1. 목표를 향하여 직접적인 접근을 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접근하는 마찰 회피다.
2. 자신보다 타인이 기대하고 원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인에 의한 결정
3. 모든 사람의 소망을 조화시키는 것이 목표인 조화에의 희망
4. 타인이 부탁하기도 전에 앞선 자발적인 순종, 복종

우테 에어하르트는 모나리자 근성의 이유를 여성들이 오랜 기간 여성 고유의 자세를 지속하며 그 기본 위에서 성공하도록 교육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이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모습이 그동안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자신의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솔직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며 그것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그녀의 의견에 공감한다. 자신의 감정과 무심하게 살지 말자. 당신의 감정에 충실 하라. 착한 여자가 대우받는 것은 아니다.  당신의 희생이 당연한 것도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간 활용에 관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