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림트리 Aug 09. 2020

생존을 위해 요가를 시작하다

직장인 2년차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생존을 위해 요가를 시작하다

직장인이 된 후, 2년차 여름쯤 일이었다.  

  

유난히 어린시절부터 체력적으로 약했던 나는 회사에 들어가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업무를 커버하기 위해점심까지 거르고 일해야만 했고,  반복된 야근은 수면부족으로 이어져 체력이 점점 고갈되어가고 있었다.   

 

주말에도 일만 하면서, 성취감은 없는채로 체력이 고갈되면 이런 상태가 온다.

아무 생각이 없는 공허함이 느껴지고, 매사 부정적인 말을 하게 되며, 무슨 일이든 짜증나고, 몸이 무거워지고,

움직이는 자체가 싫어지고, 뇌는 작동중지 상태가 될 무렵 ..!

강한 생존의 위협과 함께 이것이 우울증에 들어서기 직전단계라는걸 깨달았다. 

그리고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 강하게 몸부림치는게 느껴졌다. 


'살아야한다....!'


그날 당장 내 몸을 위해 무언가가 필요했다. 무언가를 해야하는데 ,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분명한건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생존에 문제가 생길거라는 불길한 느낌이었다. 


아침 출근길에 회사로 가는 길목에 있던 요가원이 문득 생각이 났다.

퇴근 후 바로 요가원에 들어가 1일 무료대여해주는 요가복을 입고, 바로 요가를 시작했다.  

약 10년전에 잠시 배워봤었던 요가이니, 조금은 따라해볼만 하겠지 생각했는데 첫날부터 매우 처참했다.


최선을 다해 따라했으나, 굉장히 오랜기간 몸을 제대로 움직여본적이 없었기에 내 몸이 너무나도 충격을 받았다는게 느껴졌다. 뻣뻣해서 따라할 수 없는 동작이 절반 이상인건 당연하고, 시작한지 20분정도부터 체력이 고갈되어 악을쓰며 따라했던것같다.

그렇게까지 해야할 이유는 하나였다. 

적어도 나에겐 생존의 문제라는 간절함으로..!    


요가가 끝나고 , 옷을 갈아입는데 온 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마치 몸에 경련이 일어나는듯했다.

덜덜 떨고있는 나를 누가 볼새라 숨어있다가 사람들이 모두 나간 후 옷을 갈아입었다.     


지하철을 가는 길에는 다리가 너무 떨려서 방향감각을 잃고 휘청대며 제대로 걷지도 못할정도였다.    

그렇게 겨우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데, 온몸이 벌벌 떨리는 증상과 함께 다리는 마치 개다리춤을 추듯 제멋대로 움직이는 내 몸을 도저히 제어할 수 없어 노약자석에 가서 앉아버렸다.   

 

그럼에도 후들후들 떨리는 내 다리를 누가 보면 어떡하나 이사람 저사람 눈치보며, 30분동안 가방으로 열심히 가렸다. 누군가가 날 유심히 봤다면, 몸을 덜덜떠는 병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만큼 내겐 험난한 첫날이었다.    


매우 힘들었지만, '이거다!'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나에게 숙명이 될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자 필수였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2번, 많으면 3번씩은 꼭 가야만 할 생존의 장소라고 생각했다. 야근이 반복되었지만, 최대한 마지막 수업인 8시 10분 수업에 (일주일에) 최소 2번은 참석하기 위해 점심까지 거르며 일을 해야만했다.   

 

누군가는 가볍게 배우는 운동일지라도 , 한번 스쳐가고 배워보는 운동일지라도, 나에겐 생존이 달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 스스로가 또 다시 너무나도 힘들어질거라는걸 알았기에..

동작 하나하나 따라하는게 참 힘들었지만, 내 체력은 남들과 다르게 매우 약하다는걸 담담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다. 어린시절 한의원에서 말하길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체력이 월등이 약하고 , 선천적으로 약하게 태어난 몸이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데 회사일을 하며 몸소 깨닫게 되었다. 


요가시작 후 2주차부터 지하철을 탔을 때 온몸이 덜덜 떨리는 증상이 사라졌고, 여기에서 나는 작은 성취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전과 다르게 내 몸이 가벼워지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공허함과 무력감이 사라지고, 마음도 맑아지고 가벼운 느낌이었다. 그 때 깨달았다. 나는 평생 운동을 해야 할 약한 체력을 가졌다는걸...! 

작가의 이전글 프라다 지갑을 하수구에 빠뜨린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