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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Jan 08. 2021

많은 숙제를 남겨주고 떠난 정인이

이웃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


20살 대학생 때였다. 함께 다니던 친구가 어느날 이런말을 했다.

“우리 윗집에 애기가 사는데,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맨날 울어”

나는 대답하였다. 사실 별 관심이 없었다.

“응? 왜 울지?.. 참 이상하네..”     


한달쯤 후 다시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 윗집에 애기가 사는데, 지난번 봤는데 한 5살정도쯤 된 남자애거든. 

아무래도 그 애기 약간 아동학대 당하는거 같아” 

듣고 있던 나는 말했다. 당시는 아동학대라는 용어가 약간 생소할때였다.

나 : “아동..학대..? 어떤 이유로..?”

친구 : “맨날 우는데 새벽까지 엄청 울어”

나 : “에이.. 야! 애기들은 새벽에도 갑자기 깨서 엄청 운데. 

그래서 어제 기사봤는데 엄마들은 막 산후우울증 온다고.. 우는게 애기의 본성이야”

별 관심 없이 난 화제를 다른쪽으로 돌렸다.     


친구는 이 이야기를 얼마 후 또 꺼냈다.

“내가 저번에 윗집 애기 아동학대 당하는거 같다그랬잖아. 확실한거같아. 

걔네 부모들도 약간 이상한듯해. 그리고 막 때리는 소리나는거 들었어.”

나 : “그래..? 그런 경우는 어떡하지?.. 애기 불쌍하다.. 근데 진짜 방법이 없다. 

애기가 무슨 생각이 있겠어. 하지 말라고 덤빌 수도 없고.. 휴..”

골똘히 생각했으나 어떻게 해야할지 도저히 방법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내 이웃도 아니고, 당장 내가 피해보는것도 아니고, 대학 친구의 윗집 아이라면 내가 개입하기에는 관계가 매우 멀다고 느꼈다.


이후 친구는 이 이야기를 몇 번이나 더 말했다. 

집만 들어가면 윗집 아이가 우는소리, 뭔가 (학대 느낌의) 소리가 매일같이 들린다고 한다.

내게 아동학대라는 용어는 생소했고, 대처방법 또한 전혀 몰랐었다.

들을 때마다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몰랐고, 내 주변 친구들 또한 안타깝게만 들을 뿐 뭐라고 답변해야 할지 모르는듯했다. 그 친구가 간혹 그 얘기를 꺼낼때마다 다수의 침묵이 뒤따라왔다.

세상에 갓 진입한 20대 초반, 

우린 이런걸 경찰에 신고한다거나 아동보호기관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걸 전혀 모르는 나이였던 것 같다.     


나는 이번 정인이 사건을 통해 어쩌면 내 자신이 방관자였다는걸 알게 되었다.

 

‘늘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고, 특히 소외받고 약한 이웃들을 외면하지 말자’ 

나의 종교는 늘 이런말을 해왔고, 인생동안 끊임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해본적이 없다. 

‘돈을 불우이웃돕기 단체에 기부한다’라는 정도의 의미로 가볍게 알았다.     


함께 다녔던 그 친구와는 특정 사건으로 점점 멀어져 연락이 끊긴지 오래다. 

다만, 친구가 말했던 이웃집 아이는 늘 마음에 걸린다. 


이번 사건을 보고 느꼈다. 이웃에게 관심을 갖는다는게 비로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면 직장에 입사하여 늦은 회식 이후, 길가에 술취한 사람들을 자주 봤었다. 

어떤 분은 속옷만 입고 난간을 붙잡고 술에 취해 덜덜 떨고 있었고, 

어떤 분은 심지어 너무 취해 차가 달리는 도로로 난입하려는 상황도 목격했다. 

그 때 마다 진상같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정말 많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을뿐 어찌할바를 몰라 제 갈 길을 갔다. 직접 도움줄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면 경찰에 신고라도 하고 갔어야했다. 

* 물론 자아가 확립된 성인이 주체 못할만큼 술에 취했다는 건, 위 경우와 다른 본인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위급한 상황을 목격한 경우, 직접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경찰에 신고라도 하여 최대한 관심을 갖고 내 선에서 할 수 있는걸 해보자는 의미이다.   


이제는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다. 


누군가를 돕고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건,

곧 내 마음이 여유롭다는 것이고, 결국 나를 위한 일이고 더 살기좋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길이라는 걸.


대가없이 누군가를 도왔을 때,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이 때론 그들이 전해주는 고마움이 나에게 행복이 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다른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작은 일에도 관심을 갖고 세상에 도움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정인이는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살아갈 나날에 숙제를 남겨주고, 그렇게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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