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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켈란 Aug 26. 2023

[단편소설] 화영의 배신-9

주식하는 금수저 화영의 속사정


주식하는 금수저 화영의 속사정


화영은 셈을 하는 세상에 산다.


주식‘꾼’ 화영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숫자를 벌거나 잃는다.


노트북 스크린에 여러 증권사 사이트와 유튜브 주식 방송 창들이 ‘파파박’ 어지럽게 떠있다. 입을 다문 화영은 눈과 귀가 바쁘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다 와인과 위스키를 마신다.


금요일.

주식 장을 마칠 때쯤 화영이 네로 놀러 갔다.


안 그래도 하얀데 새하얗게 진이 빠져 있는 화영. 애써 웃는데 짠했다.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며 와인 셀러에서 네비올로를 꺼내와 열었다.


“언니~정말 지긋지긋하다. 하루가 힘들어”


“건강이 걱정이다. 그만둘 수 없는 거야?”


“한 탕 제대로 하면 관둘 건데. 요즘 장이 안 좋아”


“얼마냐? 그 한 탕”


“매달 월세 350만 원 생활비 500만 원 엄마 용돈 300만 원 감당할 수 있을 정도?”


“평생 지긋지긋해야겠는데…”


화영은 금수저 물고 태어났다.


커다란 금은방을 운영했던 엄마는 현금 부자였다. 청담동 큰 저택에 살았던 화영은 보모가 엄마 아빠 대신 돌봤고 등하교를 시켜주는 운전기사님이 따로 있었다.


세상 참. 앞 일 모른다고. 엄마의 사업은 기울더니 망했고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빠와 이혼을 했다. 엄마는 남은 유산을 화영과 친오빠에게 반반씩 현금으로 나눠졌다.


그 목돈으로 화영은 주식으로 불렸고 오빠는 도박으로 날렸단다. 결국 막내딸이 엄마를 부양하게 됐고 아빠와 오빠는 남보다 못 한 사이가 됐다.


금수저로 태어난 아이는 씀씀이가 크다. 오래 다닌 청담동 피부과에(원빈 이나영 부부를 자주 본다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출석했고, 와인 쇼핑하면 삼백은 우습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명품을 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식 시장이 엉망인데 아우디 A6를 팔고 포르쉐를 계약했다. 빚을 내서 샀다는 말은 알고 보니 거짓부렁이었다.


아끼는 마음에 걱정이 앞섰다.


“대출까지 받을 정도로 갖고 싶었어?”


“몰라. 갖고 싶어. 주식 시장 좋아지겠지…“


“생활비는 감당이 돼?”


“그럭저럭 먹고 살 정도는 되는데. 엄마가 너무 써”


화영은 얼굴은 아빠를, 씀씀이는 엄마를 닮았다. 엄마는 딸이 주식 부자인 줄 안다.


“엄마에게 힘든 소리 하고 싶지 않아. 근데 여행 가서 친구들에게 밥 산다고 200만 원 이체해 달라는 건 너무 하지 않아?”


이해할 수 없는 모녀의 씀씀이였지만 고개는 끄덕였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언니~이 집 계약 끝나고 마음에 드는 아파트 못 구하면… 언니 집에서 잠깐 살아도 될까?”


고민 1도 안 했다.


“당연하지! 빈 방 하나 너 해”


뱉어 놓고 지금까지 후회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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