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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켈란 Aug 26. 2023

[단편소설] 화영의 배신-8

자전거로 여의도까지. 와인 배달.

자전거로 여의도까지. 와인 배달.


신기한 일이다.


화영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싶었다. 꾸밈없이 웃어주는 그 아이에게 아낌없이 행복을 주고 싶었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동생에게 줄 때 마음이 충만해졌다. 고맙다는 말보다 빙그레 미소면 충분했다.


왜 그랬을까.


우리가 함께 한지도 어느새 한 계절. 단풍이 붉었다. 예쁘게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알록달록한 계절을 좋아한다. 봄과 가을. 향긋한 꽃송이 만발해 설레는 그런 봄. 울긋불긋 나무와 노을에 넋을 잃는 그런 가을. 라이딩하기에도 참 좋은 5월과 10월.


시월 어느 날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왔다. 기지개를 켜고 창문을 열자 햇살 가득이다. 빼꼼 밖을 내다보니 제법 서늘한 바람이 얼굴에 묻었다.


그때 아이폰 진동이 울렸다. 아침 6시. 너구나. 화영.


‘언니~굿모닝:)’


‘아침부터 너구나’


‘지겨워?’


‘너라서. 너여서 좋을 오늘이겠다. 싶어’


‘글쟁이’


‘아침부터 화영이다!’


갑자기 보고 싶어 졌다. 화영이 좋아하는 와인을 자전거에 싣고 달려가야지.


기분 좋은 귀찮음.


호주 샤도네이 화이트 레벨에 :) 스마일을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웃는 화영’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조금 귀엽다.


미니벨로를 타고 출발했다.


양재천을 지나 잠수교를 건너면 여의도. 선물을 받고 기뻐할 화영을 떠올리며 9단까지 올려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한 시간 반을 달리면 화영이네 호텔 앞. 보고 싶었지만 만나지는 않았다. 오전 9시. 시곗바늘이 ㄱ가 되면 화영의 세상은 온통 숫자이다. 주식을 하는 화영은 하루가 고달프다.


아쉽지만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12층에 사는 류화영 님이 찾으러 올 거예요. 수고하세요”


입구 보안 경호원에게 와인을 전달하고 돌아섰다. 여의도 한강공원에 진입했을 때 화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장이 시작되기 30분 전이다.


‘소소한 선물 두고 간다’


‘응? 어디야?’


‘로비에 가서 와인 가져가. 오늘 마셔’


메시지 창 숫자 1이 사라지자마자 전화가 왔다. 화영이다.


“얼굴 보고 가지! 나 서운해”


“일 방해될까 봐. 나도 충분히 아쉽다고”


“고마워. 와인도 마음도. 멀 길인데…”


“너라면 백번도 탈 수 있어”


“열정이 치약이야. 이가 하얗게 투명해질 때까지 타겠어”


“새하얀 사랑이지”


“잘 가!”


뚜뚜뚜.


9시다. 힘내. 화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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