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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켈란 Aug 26. 2023

[단편소설] 화영의 배신-7

유럽 가본 적 없는 ‘신의 물방울’

유럽 가본 적 없는 ‘신의 물방울’


화영은 세상을 모른다.


은둔형 집순이 류화영. 현관문을 나서도 늘 똑같은 길이다. 여의도와 청담동. 화영에게 급하게 떠난 제주도 여행은 엉뚱한 용기가 잠깐 생겨나서 가능했을까. 싶다.


화영은 와인을 사랑한다. 매일 꾸준히 마실 만큼 진심이고 가끔 가는 단골 와인 샵에 가면 수백만 원은 우습다.


판타지에는 ‘신의 물방울’ 칸자키 시즈쿠가 있다면 현실에는 평론가 로버트 파커와 류화영이 있다.


하루는 물었다.


“프랑스 샹파랑 보르도 미국 나파밸리 가보고 싶지 않아?”


“와이너리 투어?”


“응! 여행도 하고 국내에 없는 와인들 마셔볼 수 있잖아”


“굳이. 이상주의자씨. 오늘 한번 유럽으로 떠나봐?”


응차! 일어난 화영은 찬장에서 와인 잔들을 꺼내왔다. 두 명인데 여섯 잔. 눈을 동그랗게 뜨자 이유가 있단다. 셀러에서 와인 세 병을 가져와 전부 코르크 마개를 열었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나라마다 와인 잔도 달라?”


“맛이 섞이면 안 되니까. 품종 본연을 느껴야지. 제일 부드러운 이탈리아 바롤로부터 마셔봐”


감탄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와인에겐 연인만큼 진심이다. 화영이 많이 마셔본 바롤로도 생산지에 따라 맛이 다 달랐다. 화영이 말한 ‘굳이’. 알겠더라.


스페인은 템프라니요. 프랑스는 까베르네 쇼비뇽. 처음 마신  바롤로가 실키한데 아로마가 풍부해서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다.


“다행이다. 프랑스가 제일 맛있다고 했으면 언니도 와인에 탕진했을 거야”


대부분 와인 애호가들의 최종 목적지가 프랑스란다. 저렴한데 마실만한 와인이 평균 삼십만 원대.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화영은 남은 프랑스를 누볐고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낭만은 내가 마셨다. 와인 한 병은 아쉽고 두 병이면 취기가 돈다.


(취해서)


“와인은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 아닐까?”


“왜?”


“총량의 제한이 없어”


“언니 말에 동감. 마실수록 더 그래”


“사랑 같은 건가?”


“나는 사랑 같은 거 안 해요. 없는 거니까”


그랬다. 화영은 사랑을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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