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에서 오빠로
“나는 사랑 같은 거 안 해요. 없는 거니까”
화영은 사랑을 부정했다. 나는 연애 5년 결혼 12주년을 함께 맞은 남편을 사랑한다. 다른 결이지만 화영도 내겐 사랑이었다.
평생을 함께, 꾸밈없고 아낌없이 주고 싶은 사람들. 핑크빛이다.
내 일상에 들어온 화영.
마시다가 취하면 콜택시를 호출하거나 오빠를 불렀다. 자연스럽게 남편과 자주 마주치는 날들이 많았다.
“언니~형부는 정말 언니를 사랑하는 거 같아”
“뭉근하고 다정한 남자지”
“취할 때마다 마다하지 않고 늘 데리러 오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언니 시집 잘 갔네’라고 생각했어”
“너도 그런 남자 만나”
“형부 같은 남자 있을까? 두 사람 보면 결혼이 하고 싶어”
주말이면 셋이 보는 날도 많았다.
강남구 청담동 88번지에 있는 단골 술집에서 주로 만났다. 낯가림이 심한 두 사람이지만 금세 친해졌다.
주로 주식이야기를 많이 했다. ‘개미’인 남편은 프로 주식 ‘꾼’ 화영이 들려주는 주식 세상을 신기하고 재밌어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와 함께 보내는 주말 밤은 달콤하기만 했다. 와인에 취한 세 사람은 사진을 찍으며 추억도 남겼다.
단골 술집에서 헤어지기 아쉬웠던 우리. 화영이네로 아니면 우리 집으로 가서 다음 날 아침을 맞이했다. 화영은 내 옆에서 잠들고 남편은 거실 소파에 누웠던 밤들이었다.
우리 집에서 눈을 뜬 아침이었다.
“언니~오빠는?”
“……?”
“벌써 출근했나?”
“아~형부에서 오빠로 부르기로 한 거야?”
“그러네. 친해졌나 봐”
‘형부에서 오빠로’라…
기우가 아닌 복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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