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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켈란 Aug 26. 2023

[단편소설] 화영의 배신-13

화영의 배신

화영의 배신


마음이 조각났고 두 발은 갈 곳을 잃었다.


확실한 건 남편이 진실이고 화영이 거짓이다. 17년 동안 바라본 오빠는 이성적이고 진정성을 가진 인격이다. 5년 동안 곁에 둔 화영은 가난해지면서 이성을 잃어갔다.


불쌍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화가 났지만 삭였다. 결국 내 탓이다. 그 아이에게 사랑을 준 마음은 내 선택이었고 책임도 내 몫이다.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오빠에게 고백했다는 이야기 들었어. 멍해지더라.  사랑? 아니겠지. 힘들어서 기대고 싶은 마음에 던진 말이겠지. 좋아한다고 고백했다며. 오빠 말대로 넌 우리 부부를 우롱하고 기만한 거야. 불륜이 불륜을 낳았구나. 그래서 왔니. 고백한 다음 날 아침 날 보러 온 이유가. 확인해보고 싶어서. 됐다. 다시 볼 일 없겠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잘 살 길 빈다. 너 자신에게 떳떳하게. 안녕’


하루가 지났지만 답장은 없었다.


민정을 만나 사실을 털어놨다.


언니네 동네 별다방.


“당장 가서 뺨이라도 때리자!”


고백 사연을 들은 민정이 자기 일처럼 화를 내줬다. 고맙게도.


“아냐.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 부질없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라니? 사실 언니는 눈치 좀 챘었어”


“응?”


“최근에 너희 부부랑 화영이 우리 집 왔을 때 말이야. 화영이 제부를 보는 눈빛이 묘했단 말이지. 설마 했는데…”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형부에서 오빠라고 부르더라”


“어어. 난 쟤가 왜 저러나 했다. 사실 화영이가 우리 남편에게도 취하면 끼 부리고 그래서 좀 그랬어. 이참에 나도 인연 끊어야겠다”


“언니. 세상이 다 내 마음 같지 않네”


다독이는 민정의 위로를 받고 집에 오는 차 안.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발뺌하던데? 자기는 아무 기억도 안 난대”


“난 무시고 언니에겐 거짓이네”


“울먹이더라고. 아무튼 우리 이제 끝이라고 하고 끊었어”


“신파네”


“마음 잘 다독여”


“고마워. 언니”


통화가 끝나자마자 다시 벨이 울렸다.


화영이다.


받지 않았다. 뻔뻔한 핑계로 또다시 그 아이를 미워하기 싫어서. 사실 무서웠다. 화영을 용서하고 다시 받아줄까 봐.


두 번은 없었다. 화영은 냉정하게도 나와 민정에게 등을 돌렸다. 민정과는 무려 20년 지기인데… 허망했다.


‘화영의 배신’은 잠을 빼앗아 갔다. 불면증이 찾아와 약을 먹어야 잠들 수 있었다. 매일 술이었다. 체중이 10kg이나 늘어나 건강도 잃었다.


1년이 흘렀다. 잠들면 꿈에 나오던 화영은 점점 사라졌고,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5년 사랑 1년 시련 류화영.


우리 부부는 더욱 단단해졌다.


가끔씩 여의도를 지날 때면 생각이 난다. 아직도 월세 350만 원에 갇혀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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