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안녕하세요, 선생님. 1월 달력 모임의 여운을 마음에 품고 2월 달력 모임 신청서를 작성합니다. 학교 다니면서 배웠던 시들은 시 그대로 감상할 수 없던 분위기였지요. 그래서 처음 1월 시화집을 받아 들었을 때 교과서에 실려 있던 시인들의 이름을 보면서 순간 긴장하기도 했어요. ‘이론적인 배경 없이 그냥 시를 읽어도 될까?’하는 마음이 컸지요. 하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읽는 시는 그때의 시들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어요. 틈나는 대로 홀짝홀짝 마시던 커피처럼 책장도 그렇게 넘겼어요. 눈에 띄는 시를 읽고 식탁에 항상 놓여있는 수첩에 적어 보기도 하고, 그림도 가만히 바라보기도 했구요. 모임 다음날 적었던 글처럼 저에게 시는 '노을'이에요. 그날그날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거든요. 계속해서 시를 읽어보고 싶어요, 그림책과 함께요. 선생님! 제가 이번 달력 모임에서 최근 몇 달 동안 선생님 모임에 흠뻑 빠져들었다는 마음을 좀 과하게 표현했지만 화르르 달아올랐다 푹 꺼지는 마음은 절대 아니에요. 오늘 하상욱 시인의 글귀를 읽었는데, ‘나에게 가장 좋은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도 아니고 내가 나를 좋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구요. 읽자마자 선생님이 떠올랐어요. 전 자존감이 정말 떨어지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선생님 모임에 참여하며 책도 읽고, 선생님 이야기와 인생 선배 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종종 혼자 끄적거리기도 하는 시간을 통해 점점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좋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선생님께서 새로운 멤버(?)분들을 맞이할 기회를 줄이는 것 같지만 저는 모임에 계속 참석하고 싶어요.
아줌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했고, 누가 어떻게 행동하든 간섭하지 않았다. 아줌마는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를 다 믿었고, 그 믿음은 결코 아줌마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아줌마를 배신하지 않았으니까. 아마도 사람들은 아줌마가 자신들의 가장 좋은 면만 본다는 점을 알고, 아줌마에게 그런 면만 보여줌으로써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했던 모양이다.
- 신시아 라일런트, 『그리운 메이 아줌마, 사계절, 26쪽
나는 빌의 바로 앞에 앉아서 고개를 쳐들고 그를 바라봤다. 빌이 지금 하고 있는 일, 빌이라는 인간, 그리고 그 순간의 모든 것을 똑바로 목격하는 증인으로서 그를 바라봤다. 그곳, 세상의 끝에서 그는 끝이 없는 대낮에 춤을 췄고 나는 그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닌 지금의 그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를 받아들이며 느껴진 그 힘은 나로 하여금 잠시나마, 그 힘을 내 안으로 돌려 나 자신도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도록 했다.
-호프 자런,『랩 걸』알마, 287쪽
-상대방이 빛날 수 있는 조명판 역할을 해주는 사람
-홀로 있어도 은은히 빛나는 사람
-돌아보면 늘 그 자리에 있다가 마주 웃어주는 사람
-신호를 보내면 제때, 적절한 방식으로 감응해주는 사람
-따뜻한 사람 (손 잡아주는 사람, 안아주는 사람, 뜨거운 국물을 후루룩 같이 먹어주는 사람)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만큼 자신을 아끼게끔 하는 사람
그리고
-뒷모습까지도 아껴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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