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오후 네시반, 가게 오픈할 시간이다. 씻지 않고 모자만 쓰고 나가도 늦다.
"따르릉"
단골손님들에게 계속 전화가 온다.
그냥 멀뚱멀뚱 몇 시간째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새벽이 돼서야 겨우 가게로 출근한다.
직원들이 마감한 것들을 대충 확인한다. 그리고 주변가게 사장님들과 술을 마신다.
낮 12시가 되어야 끝나는 음주.
일주일에도 수차례 필름이 끊기는 폭음.
'나는 무엇을 그토록 잊고 싶어서 술을 마시고 있나?'
나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이게 될까..?'
의문을 가졌던 것을 용기내서 직접 부딪치고, 거꾸로 자전거를 만들고, 실제 장사하면서
내 생각이 맞았구나!
라고 느낄때의 희열이 대단했다. 생각하는 것을 현실로 증명하는 것은 그야말로 도파민이 터지는 일이었다. 그렇게 길거리 장사를 하다 보니, 또 다른 장사도 하고 싶어졌다. 자신감이 생겼다.
“도심 속의 펜션은 왜 없지?”
때는 2014년이었다. 그 당시에 대학생들이 학교 근처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면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보통 마지막은 학교 근처에 자취하는 친구의 집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첫차가 다닐 때쯤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이 많았다.
밤새도록 친구들과 소소하게 어울리고, 잠시 쉴수도 있는 그런 아지트 같은 공간이 필요해보였다. 그렇다고 모텔을 빌릴수도 없고, 멀리 경기도 가평의 펜션까지 갈수도 없었다. 밤 늦게까지 친구들과 소소하게 어울릴 수 있는 [도심 속의 펜션]같은 것이 있다면 친구 자취방에 신세지는 일도, 밤새도록 술집을 돌아다니는 일도, PC방에서 자는 일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친구들과 함께 도심속의 아지트같은 파티룸을 구상했다.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어.
라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들었다. 지금이야 서울에 파티룸이 워낙 많고, 대학생들도 많이 이용하지만 2014년 당시엔 4-5명의 대학생들이 이용할 만한 아지트 같은 시간제 파티룸은 내가 찾기론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 이 파티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다들 생소해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밀어붙였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생소해하는 지점에서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생 감성에 맞게 아지트같은 느낌의 파티룸이라면 이용할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건대 주변의 원룸을 임대하고 직접 인테리어를 해서, 거의 서울 최초의 시간제 파티룸을 운영했다.
예약플랫폼에서 1위를 할 만큼 예약이 많았다. 그래서 투자금을 3개월 만에 회수했다.
그때 나는 장사, 사업을 해야 할 운명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파티룸을 오픈한지 일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맥주집도 창업하게 된다.
더 도전해보고 싶었다.
책에서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이야기처럼,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학교 주변에 신생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맥주집을 차렸다.
맥줏집 사장이 된 그때, 아직도 23살이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 돈까지 빌려서 차리게 된 맥주집이라,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하루에 15시간씩 일했고 자면서도 가게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번아웃이 왔다.
“성공을 위해선 지금은 조금 고생해도 돼! “
번아웃이 왔음에도 무시하고 계속 일했다.
점점 상태가 나빠져서 우울감과 대인기피가 심해서 가게 출근하지 않고 불 꺼진 방안에 눈만 뜨고 하루를 보낸 적도 있었다.
첫 가게이기도 하고 프랜차이즈라 멋모르고 무리하게 돈을 투자해서 차리게 된 것이 발단이었던 것 같다. 당시 순이익으로 계산해 보니 투자금 회수의 기간이 꽤 길었다. 그런데 나는 번아웃이 심하게 와서 열심히 가게를 운영할 힘이 나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막막했다.
투자금 회수의 긴 시간이 감옥처럼 느껴졌다. 그 긴 시간을 투자금 회수에 내 인생을 쓰고 싶지 않았다.
한편으론 쉽게 포기한 ‘부모님 돈을 허투루 쓴 불효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실패했다는 현실’을 잊기 위해 술을 마셨다.
술 마시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계속 술만 마시고 있다간 나 자신이 완전히 망가질 것만 같았다.
‘살기 위해’ 권리금 일부를 포기하고서라도 가게를 빨리 정리했다. 내가 하는 건 뭐든 잘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장사에서의 첫 좌절이었다. 실패를 인정하게 되었다.
젊은 나이에 호기롭게 가게를 시작해서 주변 상인들에게 칭찬과 격려도 많이 받았는데, 중간에 포기하게 돼서 실패감이 컸다. 푹 쉬면서 여행을 다니며 몸과 마음을 추스른 뒤, 실패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다시 또 ‘호기롭게’ 도전하게 된다.
현실도피를 위해 술을 마셨다.
현실은 바뀌지 않는데 스스로만 망가지는 일이었다.
손해를 보더라도 가게를 빨리 정리한 것이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번아웃이 오면서 우울감과 대인기피가 온 이유는 삶의 균형을 맞추지 못했던 것 같다.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이 어린 나이의 내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어서 마음에 부담이 컸던 것 같다.
경험도 없었고 준비도 부족했다. 장사 한 두 개 운이 좋아 잘 된 풋내기가 세상 무서운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