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어둠의 문턱 (4편)
6장: 어둠의 문턱 (4편)
페레타는 성소에서 나와 숲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붉은 눈의 존재, 사라진 아이들의 목소리, 그리고 기록 속 예언까지—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
"이대로 두면 안 돼."
그녀는 숲 깊숙이 들어갔다. 나뭇잎들이 바람 한 점 없이 흔들리고, 새들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공기는 무겁고, 어딘가에서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페레타… 네가 왔구나."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어둠 속에서 붉은 눈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녀가 본 것은 단 하나가 아니었다. 수십, 수백 개의 붉은 눈이 어둠 속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페레타는 손끝에서 빛을 피워냈다. 부드럽지만 강한 빛이 그녀의 주위를 감싸며 어둠을 밀어냈다.
"너희는 누구지?"
그러자 한 존재가 앞으로 나섰다.
그것은 희미한 인간의 형체를 하고 있었지만, 그 얼굴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었다. 아이의 얼굴이었다가, 노인의 얼굴이었다가, 다시 얼굴 없는 그림자로 바뀌었다.
"우리는 잊힌 자들."
"잊힌 자들?"
"이 땅에서 이름을 잃은 자들, 시간이 우리를 지워버린 자들… 우리는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길을 잃었다."
페레타는 가슴이 조여왔다. 이들은 단순한 유령이 아니었다. 그저 죽은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사라진 영혼들이었다.
"너는 봄의 여신이지만, 또한 우리의 길잡이였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으로 오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아주 오래전, 그녀는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 떠도는 영혼들을 도와주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들은 그녀의 역할을 잊어갔고, 그녀 또한 그것을 잊고 있었다.
"나는… 너희를 잊고 있었어."
붉은 눈들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네가 우리를 기억한다면, 다시 길을 열어줄 수 있는가?"
페레타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너희가 돌아가길 원하는 곳은 어디지?"
"빛이 있는 곳."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난 빛이 숲 속에 퍼지며, 어둠의 장막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숲의 깊은 곳에서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멈춰라!"
굵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페레타가 고개를 들자, 어둠의 망토를 두른 자들이 나타났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 그녀가 성소에서 본 자들이었다.
"너희가…!"
그중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붉은 눈의 자들과 달리, 그는 확실한 형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검은 수정이 들려 있었고, 그 안에서 작은 불꽃같은 빛이 꿈틀거렸다.
"네가 그들을 기억했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을 놓아줄 거라 생각했나?"
페레타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너희는 누구지?"
남자는 미소 지었다.
"우리는 질서의 수호자들. 균형이 필요하다. 어둠이 없으면 빛도 존재할 수 없지."
"그러나 이건 균형이 아니라 억압이야. 아이들의 영혼까지 가두는 건—"
"그들이 스스로 길을 잃었을 뿐이다."
페레타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 길을 다시 열겠다."
남자는 피식 웃더니, 검은 수정을 높이 들어 올렸다.
"네가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을까?"
그 순간,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붉은 눈의 자들이 다시 숲 속에 묶이듯 비명을 질렀다.
"아니야... 우리를 다시 가두려 해!"
페레타는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그들을 놔줘!"
그러나 남자는 이미 주문을 완성했다. 검은 안개가 일어나며 붉은 눈의 자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이 땅의 봄을 다시 끝내겠다."
페레타는 손을 뻗었다. 그녀의 빛이 검은 안개를 밀어내려 했지만, 무언가 강한 힘이 그녀를 막고 있었다.
그 순간, 숲이 흔들리며 천둥이 울렸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목소리가 속삭였다.
"페... 레... 타… 기억해라. 네가 누구인지를."
그녀의 머릿속에서 잠들어 있던 기억이 깨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