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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봉황제 ]

봉황의 그림자

by FortelinaAurea Lee레아

- 봉황의 그림자


붉은 옷의 사내는 단청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발걸음은 묘한 리듬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춤을 추듯 부드러우면서도, 맹수가 사냥감을 노리듯 위협적이었다.


단청은 손을 천천히 허리춤으로 가져갔다.

그 순간,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 검을 뽑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단청의 손이 멈칫했다.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


"네 검이 아무리 날카롭다 한들, 봉황의 그림자를 벨 수는 없으니."


그 말이 끝나자, 천봉대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무림맹의 노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황제의 후계자인 네가 직접 나올 줄이야… 린야오."


린야오.

그 이름이 울려 퍼지는 순간, 천봉대에 모인 무인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어졌다.

무림맹뿐만 아니라, 각 문파의 최고 고수들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백랑이 낮은 목소리로 유진에게 속삭였다.


"린야오라면… 천지봉황제의 진정한 계승자가 아니냐?"


유진은 얼굴이 굳어진 채 말했다.


"맞아. 하지만 그는 몇 년 전, 공식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


그 말에 단청도 눈썹을 찌푸렸다.


린야오.

그는 천지봉황제의 후계자로, 어린 시절부터 봉황문(鳳凰門)의 비기를 익혔던 자였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무림에서는 그가 죽었다는 소문만이 떠돌았다.


그런 그가… 지금, 눈앞에 서 있었다.


단청이 입을 열었다.


"네가 린야오라면, 이 봉황제는 결국 너희 봉황문의 계략이라는 뜻인가?"


린야오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아니. 봉황제는 계략이 아니다.

이것은… 천 년에 한 번, 하늘이 무림을 시험하는 의식이다."


그의 말에 모두가 술렁였다.

그러나 단청은 흔들리지 않았다.


"시험이라면, 통과하면 무엇을 얻게 되지?"


린야오는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봉황의 힘.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힘."


그 말이 끝나자, 천봉대 위로 검붉은 구름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거대한 봉황의 형상이 나타났다.



- 봉황의 깃털 아래에서


봉황의 형상이 구름 속에서 서서히 드러났다.

검붉은 불꽃이 일렁이며 하늘을 태울 듯 퍼져 나갔다.


천봉대에 모인 자들은 그 장엄한 광경에 압도당한 채 숨을 죽였다.

그중에서도 단청은 단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봉황의 힘이라…"


그녀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그 힘이 단순히 천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닌, 하늘이 내리는 시험이라는 말이 신경 쓰였다.


린야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봉황의 힘은 오직 하나의 주인만을 원한다.

그러니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은 결국… 서로를 죽여야 할 운명이지."


그 순간, 무림맹의 노인이 날카롭게 외쳤다.


"우리더러 네 계략에 놀아나란 말이냐?!"


그러나 린야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단지 봉황의 전령으로서 그 뜻을 전할 뿐이다."


그러면서 그는 손을 들어 봉황의 형상을 가리켰다.


"이제 선택할 때다.

이 봉황이 선택한 자가 천지를 다스릴 운명을 가질 것이다.

남고 싶다면 남아라.

떠나고 싶다면 떠나라."


그러나 이 자리에 온 이들 중 떠나는 이는 없었다.

이곳에 모인 자들은 모두 천하의 정점에 서고자 하는 자들.

그들은 그 힘이 탐났고, 동시에 그 힘을 다른 이에게 빼앗길 수도 없었다.


단청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봉황의 힘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세상을 뒤흔드는 위협이 된다면, 반드시 막아야 했다.


"좋아."


단청이 검을 빼들었다.

그녀의 눈빛이 단단하게 빛났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확인해 보지."


그 순간, 봉황의 형상이 크게 울부짖었다.

그 울음소리는 천지를 뒤흔들었고, 곧이어 하늘에서 거대한 불꽃이 떨어져 내렸다.


이제, 시험이 시작되었다.



- 불꽃 속의 대결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꽃이 대지를 태우며 퍼져나갔다.

천봉대는 순식간에 불길 속에 휩싸였고, 무인들은 저마다 검을 뽑아 불꽃을 막아내거나 피했다.


린야오는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자, 누가 먼저 봉황의 시험을 통과할 것인가?"


그 순간, 단청이 발을 박차고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검이 불꽃을 가르며 휘둘러졌다.

그 불길이 그녀를 집어삼킬 듯했지만, 단청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다른 무인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랑은 자신의 쌍검을 휘둘러 불꽃을 잘라내며 단청을 따라 움직였다.


무림맹의 장로들도 그 뒤를 따랐다.

이제부터는 힘을 가진 자들끼리의 싸움이었다.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봉황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 린야오가 손을 들었다.


"흥미롭군."


그의 손끝에서 검붉은 기운이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 기운이 바람처럼 퍼지자, 그 자리의 무인들이 일제히 몸을 움츠렸다.


단청도 본능적으로 검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했다.


린야오는 단청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왜 이 힘을 탐내지 않느냐?"


단청은 차갑게 대답했다.


"힘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린야오는 그 말을 듣고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그렇다면, 그 수단이 너를 배신한다면?"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바닥이 갈라졌다.

그리고 그 갈라진 틈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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