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5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185장 — 기억의 대지, 시드라 메모리아(Sidra Mem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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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 시드라 메모리아(Sidra Memoria)
하늘은 투명했고,
땅은 부드러웠으며
공기는 오래된 책장을 넘길 때 나는 향기 같았다.
새로운 세계였지만… 낯설지 않았다.
세란이 발을 디딘 곳마다
잊혔던 기억이 피어났다.
그녀가 태어나기 전,
어머니가 불렀던 노래.
무너진 성의 마지막 창문에서 들려온 이름 없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이건… 나의 기억이 아니야.”
세란은 속삭였다.
루엔이 다가왔다.
“그건 이 세계의 기억이야.
여기엔 우리 모두의 조각이 흩어져 있어.”
켄슈이가 손을 펴니
그 위에 작고 희미한 유리구슬이 떠올랐다.
그 안에는 울고 있는 어린아이 하나.
그 아이는… 공허 그 자체였다.
“자, 문제는 저거야.”
아자켈이 멀리 가리켰다.
기억의 대지 한가운데,
검은 나무 한 그루가 하늘로 찢어지듯 솟아 있었다.
그것은 ‘공허의 씨앗’이 자라난 기억의 기생수였다.
“저건 다른 사람의 기억을 먹고 자라.
그리고 결국엔 주인의 정체를 삼켜버리지.”
그 순간.
나무가 울었다.
마치 누군가의 슬픔이 천둥처럼 메아리친 것처럼.
「… 왜 나를 버렸어…」
그 울음은 다름 아닌…
세란의 목소리였다.
세란은 무릎을 꿇었다.
“저건 내 일부야.
내가 어릴 때 버렸던 감정들…
공포, 분노, 외로움…”
루엔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기억이 없었다면 우리는 누구도 되지 못했겠지.
하지만 그 기억이 고통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켄슈이가 검을 꺼냈다.
“싸워야지.”
루엔이 고개를 젓는다.
“들어야 해.”
아자켈이 말했다.
“인정해야 해.”
세란이 눈을 감는다.
“… 나는 저기 있는 아이를, 버렸어.”
검은 나무가 흔들린다.
거대한 꽃이 피어나며
그 중심에서
한 명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소녀는 세란과 똑같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공허만이.
“넌 나를 버렸어.”
소녀가 말했다.
“넌 나를 두려워했고,
그래서 날 없애려 했어.”
세란은 천천히 다가가 손을 내민다.
“미안해.
네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어.”
소녀는 망설인다.
“널 증오했어.
하지만… 나도 널… 그리워했어.”
세란이 안았다.
자신의 어두운 형상, 자신의 어린 날의 기억을.
그 순간,
공허의 씨앗이 터졌다.
하늘이 일그러지고,
땅이 진동했다.
그러나 시드라 메모리아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중심에서
빛의 대지가 피어났다.
그곳엔 온전한 기억들,
슬픔과 기쁨이 조화를 이루며
이야기의 잔해들을 꽃으로 피우고 있었다.
아자켈이 조용히 중얼였다.
“이제 시작이구나.”
켄슈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공허는 사라지지 않았어.
하지만 더 이상 우릴 삼킬 수 없어.”
루엔은 손을 뻗어
시드라 메모리아의 중심에 떠오른 하늘의 뼈 결정체를 잡는다.
그 안에는 단 하나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 “기억은 무기가 아니라, 문이다.”
세란이 다시 일어선다.
그녀는 이제
하늘과 땅의 경계를 잇는 존재,
과거와 미래의 고리를 기억하는 자.
그리고 다음으로 향한다.
세계의 균열 너머,
기억을 잃은 자들이 남아 있는
사념의 전장,
그곳엔 또 다른 고대의 존재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