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의 승리

29. 디카시 & 에세이

by 조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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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벼랑 끝에 자리 잡고

살아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춥고 배고픈 시절을 넘어와

오늘은 화사한 꿈을 꾼다.




춥고 배고픈 시절을 넘어 온 자랑스러움이 옴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어쩌다, 돌담 틈에 자리를 잡았으니 집터를 잡아도 최악의 집터였다.

당연히 긴 겨울 수시로 내리는 폭설이나

매섭게 휘몰아 치던 겨울 바람을 온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내야만 했을 것이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캄캄한 밤에는 손발이 얼어붙었을 테고

끝내는 죽어버린 자신의 신체 일부분을 보게 되는 공포는 극에 다다랐을 것이다.

그 공포를 이겨낸 것은, 생(生)에 대한 의지였다.

저토록 필사적이었기에 생을 포기하지 않고 결국은 살아 남아

한발, 한발 봄을 향 해 걷고 있다.


다가오는 어느 어느 봄 날

노란 향기를 머금은 꽃이나

아니면 수줍은 연분홍 꽃대를 올려 꽃을 피워내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러시아 시인 푸시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라고 노래했다.

그렇다.

슬픈 추억 보다는 행복한 추억이 더 오래 남는다.


가끔 외롭고 슬플 때 뒤돌아 보면, 앞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

지금 현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일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신념을 가지고 선조들이, 우리들이 온 힘을 다했기에

6,25 전쟁이라는 폐허 속을 지나와

지금의 대한민국이 세계에 우뚝 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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