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 마!

42. 디카 시 & 에세이

by 조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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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거기

그대로 있어

입맞춤 한 번으론 어림없지

난 그렇게 헤프지 않다구



컴퓨터 속을 정리하다가 사진 한 장과 마주쳤어요.

이 꽃은 언제 피었을지도 모를 시간에 꽃을 피웠을 테고,

꽃잎과 이파리에 떨어진 빛으로 가늠하자면

한 낯이었을 터이고,

계절은 꽃이 핀 모습으로 보아 5월 끄트머리나

6월 초 어느 날이었을 테고.

정확한 기억이야 없지만

봄과 여름 사이인 것 만 큼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작은 산을 휘감은 숲에서는 간혹 바람을 토해내고,

덕분에 자칫 더워질 수 있는 계절,

봄과 여름 사이를 바람은 넘나들며 휘젓고 다녔을 테니

애써 계절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던

그런 날들 중 하루였겠지요. 늘 하던 대로,

산책을 했을 그 언덕 그 길섶에서 꽃이 피었을 겁니다.

분명 햇살을 담뿍 담아서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을 테고.


“나를 좀 보아 주세요.”

“나를 좀 보아 .....”

꽃은 바람을 핑계 삼아 한껏 아양을 떨었겠지요.

산과 들에는 풍성한 계절로 넘어 가는

제5의 계절이었으니

당연히 나비도 나풀나풀 날았겠지요.

꽃의 노란 소원이 통했는지

지나가던 나비가 꽃에 내려 앉았으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꽃에게는 하등 쓸데없는 사람들의 번잡스런 발길보다야

나비까지 날아든 이 날이 무엇보다 좋았을 테지요.


어하 둥둥!

꽃은 나비를 품어 안고 춤을 추었어요.

사람이야 지나가건 말건

꽃에게는 나비만 있으면 그만이었지요.

나비도 꽃만 있으면 그만 이지요.

둘은 한 마음으로 통했으니

사람이 다가가도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혼이 빠져나간 나비와 꽃은

서로 어울려 춤 추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나에게는 이런 횡재가 없었어요.

단 한 번도 나뭇가지에 올라앉은 고추잠자리나

이처럼 꽃에 날아 든 나비를 찍어 본 적이 없었어요.

찍으려고 카메라나 휴대폰을 켜고 다가가

어렵게 초점을 맞추면 벌써

저 멀리 훨훨 날아가 버리기 일 수였지요.


잔뜩 허리를 굽혀 급하게 사진 한 장 담았을 테지요.

흔히들 말하는 인생 샷 한장 내게 남은 순간이었지요.

딱 거기까지였어요.

허리를 펴고 일어서니 나비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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