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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라이딩의 멋

한강 자전거 여행의 단상


훨씬 일찍 그리고 더 추워진 겨울이다.   이 겨울의 매서운 추위는 시작된지 오래지만 아직, 주말 라이딩 만큼은 뜨겁다.   많은 라이딩 친구들은 소위 "시즌오프(Season off)"라는 걸 한 후여서, 대부분 홀로 겨울 라이딩을 하게 된다.     


로드바이크 라이더들에게 겨울은 그리 친화적이지 못하다.   폭이 좁은 휠은 언 땅에 취약하고, 살을 에는 바람은 손끝과 발끝을 얼려 스피드의 즐거움을 앗아가버린다.   하지만, 겨울 한강에서의 라이딩은, 숨죽인 거대 도시의 중심을 가르며 깨우는 뜨거움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어느덧 한강의 긴 라이딩 코스를 위한 길잡이가 되어버린 타워의 발 밑이 궁금했던지라, 여유로운 혼자만의 시간이기에 호기심이 드는 그 곳으로 슬며시 들러본다.



암사대교를 건너려니, 그늘 진 한강 남쪽변 귀퉁이를 매운 얼음조각들이 눈에 들어온다.   춥긴 추운 모양이다.   귀까지 덮은 헬멧 속 모자 덕분에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는 몇 배로 커졌지만, 다른 소리는 영화속의 묵음 효과처럼 묻혀버리고 내 숨소리 심장소리만이 울린다.   게다가, 한여름 새벽까지도 지칠 줄 모르는 젊은 함성과 분주함은 전혀 다른 시간에서  완전히 다른 색깔과 적막함으로 똑 같은 공간을 채운다.   



그래서인지, 겨울 한강 자전거 여행은 혼자만의 생각에 좀더 몰두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며, 한강 그 본연의 모습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반쯤 녹아내린 길가 눈 덩이들이 겨울 햇빛이 빚은 조각상들 처럼 열지어 있다.



강북강변로 아래는, 겨울 바람을 피해 모여든 통통한 비둘기들이 교각 사이사이로 떨어지는 빛줄기를 난로 삼아 날개 속에 얼굴을 파묻은 채 낮잠에 빠져있다.  



아름답다.


라이딩을 하며 한강의 사계를 보고 느끼는 것은 복된 일이기도 하고.   한겨울의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의 늦은 오후, 한강의 수면은 유난히 검고 푸르며 반짝인다.   늦은 오후의 태양 빛에 그 강위에 떠 있는 다리의 색들이 밝게 빛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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