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메뉴 하나 열 가게 안 부럽다(8)
고깃집을 가장한 밥집, 낙원갈비집의 메뉴경쟁력
- 잘 만든 메뉴 하나 열 가게 안 부럽다(8)
2년 전 마실 부근에 듣보잡 고깃집이 하나 생겼다. 24시간 해장국을 하는 곳이 헐리고 공사를 하나 싶었는데 작지도 크지도 않은 그저 그런 건물이라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몇 달째 비어있어서 왜 임대가 되지 않나 궁금해서 부동산에 물어보니 세상에~ 월세가 800만원 이란다. 도대체 60평이나 될까말까한데 800이라니.. 건물주가 뭘 몰라도 단단히 모르나 보다 하고 관심을 끊었었는데 어느 날 낙원갈비집이란 상호로 장사를 하더니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뒤편 주차장이 꽉 들어차기 시작했다. 저녁 6시가 되기 전에 웨이팅으로 사람들이 서있는 모습이 거의 매일 보이기 시작했다. 저게 뭐지? 호기심이 궁금증으로 바뀌게 되는 시점이었다.
때 맞춰 마실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광우병, 구제역, 금융위기 등 갖가지 외부환경의 변화에도 끄떡없이 버텨오던 내 가게의 매출이 떨어지고 손님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동시에 들려왔다.
- 주차장이 부족해서 자주 오기 힘들어요.
- 앉아서 먹는 게 불편해. 입식테이블 없나요?
- 신발신고 식사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어요.
- 예약 안하면 자리 없다면서요?
- 너무 비싸요.
평상시라면 흘려 넘기고 말 단순불평 정도였는데 장사가 어려워지니까 여느 한 마디도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때마침 도로변의 낙원갈비집은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마실로 오는 고객들의 길목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되어 여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메뉴가 5가지나 되지만 오픈 초기 낙원갈비집 메뉴는 딱 2가지였다. 생갈비살과 양념갈비살. 가격도 오픈 이래 지금까지 1인분에 14,000원. 주문하고 나오는 상차림도 소소한 느낌. 여기까지는 여느 고깃집과 다를 바 하나 없는 평범한 소갈비살전문점이다. 그런 곳이 어떻게 점심, 저녁, 주말까지 꽉꽉 차고 웨이팅을 2년 가까이 하는 대박집이 되었을까? 인테리어나 입지, 마케팅도 한 몫 했겠지만 메뉴 중심으로 대박집의 성공비결을 찾아보자.
첫째, 수입산이지만 소고기 갈비살을 200g 14,000원에 제공한다.
고깃집을 가면 대부분 1인분 양을 180g 이나 한우는 150g을 1인분으로 제공한다. 법으로 정해놓은 규정은 없지만 그래야 추가주문이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1인분 양을 조금 부족하게 책정해 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2명이 가면 3인분, 3인은 4~5인분을 주문해 먹는 것이 일반적인 고깃집의 주문형태다. 주머니가 얇은 고객들 입장에선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낙원갈비집은 이런 점을 파고 들었다. 실제로 200g을 먹으면 굳이 추가를 하지 않아도 된장찌개나 냉면을 식사로 먹으면 아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고객의 주머니 사정을 먼저 배려한 1인분에 200g의 정량을 책정한 부분이 첫 번째 대박요인이다.
둘째, 좋은 숯을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고기를 먹을 때 가스불과 숯을 사용한다. 삼겹살이나 돼지고기를 먹을 때는 가스불판으로 구워도 별 불만이 없지만 유달리 소고기를 먹을 땐 숯불고기를 선호한다. 소고기의 기름진 육즙이 숯불에 떨어져 불꽃이 다시 고기의 향을 익혀주는 마법과도 같은 구이문화에 한국의 고기구이시장은 추락할 줄 모르고 올라가기만 하자 않았던가. 예전에 어떤 숯을 사용하더라도 그냥 숯이기만 하면 되었지만 환경문제, 건강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되면서부터 참숯인가 아닌가가 손님들이 고깃집을 선택하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낙원갈비집은 좋은 숯을 쓴다.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숯불을 볼라치면 그래 숯은 좋은 놈으로 해야 돼.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셋, 가게 내부에도 홈페이지에도 아끼지 않는다는 점을 포인트로 내세운다.
시비라도 걸까봐 셀프바라고 하기엔 어마어마한 무한리필 샤브코너로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낙원갈비집은 보통의 고깃집에서 파는 흔하디 흔한 된장찌개, 냉면 같은 식사메뉴가 없다. 고기와 술 밖에 팔지 않는다. 그럼 식사는? 샐러드바라고 하는 어마무시한 샤브코너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어찌 보면 여기는 고기를 먹으러 오기보다 샤브를 먹으러 온다는 표현이 맞다고 할 정도로 대단한 샤브 샐러드바를 운영한다. 더운 여름철에 한 번도 야채를 줄이거나 아끼는 느낌을 주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한다. 칼국수도 제공하지만 수제비를 직접 떠서 먹을 수 있게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라면에 밥도 무한정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보령에서 공수해 온 제철 돌게로 만든 돌게장도 무한리필~~ 한마디로 아끼지 않는다.
네째, 개인적인 느낌은 재료비와 인건비의 적절한 균형점을 잘 맞춘 것 같다. 필자는 손익프레임은 이 두 가지의 합이 매출대비 60% 내외면 적정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재료비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인건비는 정규직을 최소화하고 아르바이트를 채용해서 비용을 줄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손님들의 재미를 위해 샤브, 수제비, 칼국수, 라면, 죽 등을 손님들이 직접 조리하게끔 했다.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이 만들어낸 절묘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정리해보면 낙원갈비집은 고수가 운영한다. 천안에 다른 지점이 세 곳이 더 있다. 듣기론 2곳의 지점은 대박집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곳은 별 손님이 많지 않다. 유달리 쌍용동 지점만 손님들로 가득하다. 시행착오와 경험을 되살려 하필 마실 앞에서 대박을 쳤다. ㅠㅠ.
주차장이 넓은 점도 한 몫을 했다. 여러 가지 요인들도 많겠지만 메뉴 중심적 관점에서 분석해보면 정량, 좋은 숯, 무한리필 샤브가 수입소갈비살 한 가지 메뉴로 대박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고깃집으로 보이면서 밥집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고기와 술 그리고 밥을 원하는 젊은 여성고객을 타겟으로 잡았고 남성고객, 가족고객으로 확산한 전형적인 고객확장전략으로 성공하였다.
메뉴개발 153전략에서 바라본 분석
1. 메뉴의 고객은 누구인가?
- 철저하게 30대 여성고객이 핵심타겟이다.
- 네이버 데이터랩을 분석해도 30대와 40대 고객이 압도적이다.
- 집에서 먹기 힘든 칼국수, 수제비, 돌게장 등의 여성중심적 취향이다.
- 술을 먹는 고깃집컨셉보다 밥(샤브)을 먹는 고깃집이다.
2. 메뉴의 맛의 특징은 무엇인가?
- 한우와 한돈은 신선도를 중심에 두지만 수입육 고깃집의 핵심은 고기의 숙성과 해동에 있다. 정확한 숙성과 해동매뉴얼만 있으면 전문가가 없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 고기와 반찬 그리고 쌈의 조합을 제시하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고객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방법이다. 이런 긍정적인 이면에는 손님 마음대로 드시라는 맛의 자율권을 고객에게 넘겨주는 적당한 밸런스도 담겨있다고 본다. 직접 조리하는 방법은 어떤 맛이 나도 손님의 선택으로 인한 맛이어서 불만이 없다. 내가 직접 조리하는 맛은 어떻게 만들어도 맛있다는 직접조리의 장점이 접목되어 더 재미있고 더 맛있어진다.
3. 와 하는 담음새의 특징은 있는가?
- 손님으로 가득한 공간이 압도적인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테이블이 손님으로 가득차 있다면 더 할 나위가 없다.
- 홀 가운데 있는 샤브코너가 손님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고기가 나오기도 전에 접시를 들고 샤브코너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 가게 전체가 하나의 세팅된 상차림같다.
- 블로그 포스팅의 대부분이 샤브코너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4. 매력적인 메뉴스토리가 있는가?
- 고깃집인데도 불구하고 고기가 맛있다는 말보다 샤브가 좋았다라는 평가가 많다.
- 장모님 김치, 천안 중앙시장 칼국수면, 서천돌게장같은 식재료 이야기들이 많다.
- 매력적이라고 보긴 힘들지만 손님이 많다보니 매력적인 장점이 되어 버렸다.
5. 메뉴의 네이밍이 매력/철학/인상적인가?
- 세상에 없는 고깃집을 표방한 상호가 낙원갈비집이다. 낙원은 천국. 낙원갈비집은 고기먹는 천국. 뭐 이런 추정은 가능하겠다.
- 창업자의 철학, 쉽게 기억할만한 네이밍은 아니다.
6. 메뉴의 가격은 가성비를 자랑할만한 경쟁력이 있는가?
- 1인 14,000원에 이런 호사를 누린다면 누구나 추천할만한 곳이라 생각된다.
- 웬만한 곳이면 점심특선이 있는데 이곳은 없다. 자신만만하다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7. 고객과 직원을 만족시킬만한 서비스프로세스는 있는가?
- 손님입장에선 주문도 쉽고 빨리 세팅된다. 그리고 나머진 손님의 몫이다.
- 직원의 입장에서도 보면 숯이랑 기본반찬만 세팅하면 끝. 2인 1조로 움직이니 세팅이나 상 치우는 시간이 엄청 빠르다.
8. 입소문과 자발적 포스팅이 가능한 마케팅전략은 무엇인가?
- 별다른 마케팅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 그럼에도 자발적 포스팅이 꾸준히 온라인에 올라온다.
9. 고객의 지속적인 재구매전략은 있는가?
- 몇 가지 이벤트는 있지만 그것이 재구매로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