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밥장사하면서 배운 교훈❯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은 지불하는 대가로 많은 것을 바라지만 대개는 다음의 두 가지를 충족하면 만족하는 편이다. 하나는 음식점을 찾아온 ‘목적의 해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느끼게 되는 ‘만족스러운 감정’이다. 이 두 가지를 충족시켜 자신의 음식점을 번성하게 만들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음식점 활성화방법을 지켜가기를 권한다.
원칙1. 이익보다 고객에 집중해라.
우리는 음식점운영이 손님이라는 시장을 떠나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 시장은 한 사람의 고객일 수도 있고, 동일한 요구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나 팀일 수도 있다. 내 음식점과 이 바닥은 한 명의 손님 그리고 그 손님과 연결된 한 사람 한 사람과의 만남으로 관계를 시작하고 지속하게 된다.
우리 음식점의 고객은 누군가와의 만남과 관계를 연결하는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으며 이를 위한 과정으로서 음식점을 찾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고객을 위해 음식을 제공하고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상품이나 서비스로 변형시켜, 고객이 원하는 방법으로 제공할 것이다. 또한 그 만족 수준을 관리하고 고객으로부터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끊임없는 개선 활동도 벌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경영활동은 음식점 안에 이러한 일을 잘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만드는 일이며,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여 이 일에 몰두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당신은 당신의 손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일에 애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들의 불평과 불만, 요구사항, 개선안들을 수시로 들을 수 있는 의사소통구조를 만들고, 이들과의 공식, 비공식적인 만남의 공간을 정기적으로 가질 것이고 여기에서 나오는 많은 소스들을 새로운 음식들과 서비스시스템으로 업데이트하자. 마케팅은 고객을 쫓아다니는 활동이 아니다. 그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과 상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원칙2. 우리 음식점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라.
숟가락반상 마실로 리뉴얼할 때의 일이다. 10년 대박음식점을 뜯어고친다고 하니 처음에는 왜 저러나? 하고 생각했었다. 어떤 이는 그냥 지금 상태로 벌만큼 벌고 더 이상 어려워지면 그때 그만두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돈벌이가 아니냐고 했다. 맞다 그렇게 사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매출도 시스템도 가장 최적화되어 있는 지금보다 더 나은 적은 없었을 때였다.
하지만 그것이 음식점을 시작했을 때의 흥분과 미래에 대한 꿈은 아니었다. 물질적 부유함이나 외부의 성공이 삶의 목표였다는 초라함과 정신적 쇠약함이 마실을 처음 시작하였을 때의 삶을 통해 잊고 살았던 비전을 깨우치게 만들었다.
한식이란 무엇인가? 그 속에 한정식이란 어떤 카테고리를 가지고 존재하는가? 그래서 마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불면의 밤을 지새게 하였고 새벽이 오는 어둠을 통해 새로운 빛이 주는 길을 찾아내려 무던히 노력했다. 한국을 느끼는 맛, 한국의 자연을 음미하게 하는 마실의 음식, 계절별 식재료로 만드는 친자연적이되 대중적인 한정식 그러면서도 소수의 사람들이 아닌 다수의 고객들이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품격있는 마실을 만들고 싶었다.
바로 한국의 음식을 잘 아는, 한국의 자연을 잘 아는 마실이 되는 길. 바로 여기에 사회적 효용성을 다해가는 마실1.0을 넘어 전환과 창조의 마실2.0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의무로서의 기존의 마실을 거부하고, 음식업에서의 꿈을 구현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보람과 의미로서의 일과 직업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실천적 노력을 주장할 것이며, 그 주장이 실험되고 모색되어지는 현장을 스케치하는 것이 숟가락반상 마실의 차별화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의 음식을 만드는 기술과 마케팅적 기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여기는 분들의 답답함을 탓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고민 없이 시작하는 음식업에 10년 20년을 바라보는 미래가 나올 수 없다. 마케팅은 잔기술의 경연장이 아니다.
원칙3. 물고기처럼 느끼는 낚시꾼이 되어라.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식당에서는 첫 번째 먹는 고객이나 200번째 방문한 고객에게도 한 끼 밥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 만일 밥이나 반찬이 떨어져 제대로 대접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손님을 받지 마라. 괜히 돈 몇 푼 더 벌자고 제대로 된 요리를 제공하지 못하면 그 후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이 될 것이다. 못 먹고 가는 손님은 다시 찾아오지만 들어와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손님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
밥을 제공하는 우리에게는 겨우 한 명이 못 먹었을 뿐인데.. 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론이었다. 앞서 식사를 한 199명의 사람들이 잘 먹었건 못 먹었건 그것은 그와 관계없는 일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그가 한 끼 식사를 잘 먹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손님의 눈으로 보는 음식점’은 물고기처럼 느끼는 낚시꾼과도 같다. 이런 말은 계몽적 성격을 많이 가질 수 있다. 자칫하면 선동적 행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변화를 갈망하는 수많은 고객들의 절실한 마음을 간절한 바로 그 심정으로 나타내는 일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손님들이 많구나,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맛있게 만들고 어떤 서비스를 더하면 만족도가 높아지겠구나. 다음에는 다른 방법을 시도해봐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하고 저런 시도를 만들어 우리 음식을 좋아하고 즐겨 찾아주는 열정적인 고객을 만들어내게 된다.
원칙4. 거래보다 관계를 소중히 여겨라.
나는 쇼핑몰의 푸트코트나 휴게소 음식점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한번 만나고 헤어지는 음식점은 지양하고 싶다. 쉽고, 편하게 장사하는 음식점보다는, 배고플 때 보다 좋은 사람을 만날 때 더욱 생각나 찾아오게 되는 그런 관계중심의 음식점이 되게 만들고 싶다. 한번 찾아왔을 때의 놀람과 감격이 두 번 세 번 방문했을 때에 다시금 느껴지고 날 반겨주는 그런 음식점으로 기억되게 만드는 것 이상의 마케팅이 또 있을까? 고객은 늘 옆에 있다. 장사가 잘 될 때도 있지만 손님이 없어 장사가 힘들 때에도 고객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단지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마실을 내가 소리 높여 마케팅한 적은 별로 없다. 우리를 아는 많은 분들이 마실을 입소문낸다. 맛잇게 드신 손님에서부터 내가 쓴 책과 페이스북, 블로그를 읽은 독자 그리고 주변의 지인들이 자발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준다. 해피데이행사를 통해 도움받은 단체에서도 SNS에 글을 올려준다. 마케팅을 외부로 쏟아내는 우리의 주장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고객과의 따뜻한 마음의 교감에서부터 시작하도록 노력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원칙5. 기대를 관리하라.
고객의 만족도는 어떤 기업이 실제로 얼마나 잘하고 있느냐보다는, 그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기대 수준에 그것이 얼마나 미치느냐에 훨씬 더 민감하게 좌우된다. 이것은 바로 ‘고객의 기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지적하고 있다. 나의 비즈니스에서 고객의 기대란 무엇이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그렇다면 음식점에 대한 고객의 기대란 무엇일까? 맛있는 음식, 친절한 서비스, 믿을 수 있는 위생과 청결, 납득할만한 가격.. 그들이 우리 식당을 찾아오는 이유를 전부 다 충족시키기엔 우리의 준비가 완벽하진 않다. 우리 집 역시 모든 면에서 고객의 취향을 다 맞춰주진 못한다. 어떤 손님은 음식은 맛있는데 서비스가 불만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손님은 주차장이 너무 좁다고 불평한다. 너무 시끄러워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라고 하는 손님도 있다. 한정식집은 이러면 안 된다는 말까지 하는 고객조차 있다.
완벽한 음식점을 운영하겠다는 생각은 일단 버리자. 우리 집을 찾아온 손님이 원하는 대표적인 기대치 한두개를 정하고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
밥을 맛있게 지을 자신이 있으면 밥 한 그릇에 모든 정성을 쏟아보자. 해장국을 잘 끓인다면 이른 새벽 따뜻한 국밥 호호불며 먹을 수 있게 만들어주어라. 고객은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한 줄의 김밥에서부터 한상 가득 차려진 한정식에까지 각각의 기대는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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