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상]

Life #part29

by kossam


가만히 숨을 죽이면
세상이 들리고
가만히 눈을 감으면
세상이 보인다

복잡하고 숨 막히는
도시의 한 가운데
덩그러니 남겨진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상

마치 흑백 영화처럼 보이는
진실만 보여주는 그런 세상이다

세상의 중심이 나라고 생각했던
철부지 시절
우린 감사함을 몰랐었다

누군가는 주인공이 되고
누군가는 들러리가 되는
결혼식의 한 장면처럼

사람들은 누구나
세상이 중심에 서 있을 때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그래서 행복하다 느낄 테지

조금은 철이 든
지금의 나는
눈을 감고 보이는
또 다른 세상을 본다

멋진 요리를 선보이는 요리사의 기술보다
노랗고 반짝이는
논밭을 일구어온 농부의 새벽땀을

소리 높은 정치가의 공적보다
이름 없이 남을 돕는 봉사자의 마음을

무대 위 박수갈채 속 배우의 미소보다
무대 뒤 스태프들의 숨 막히는 1분 1초를

그리고
아이들을 험한 세상에 내놓기 위해
쉬임 없이 보살펴온 모든 엄마들의 수고를

보이지 않는 그림자 속의 움직임들
세상은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관심과 소외는
자기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생각의 차이
이기심과 이타심의 무게중심 차이일 뿐

가볍게 생각하고
무겁게 행동하자

한 발 뒤로 물러나서
눈을 감고 숨을 죽이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고
어제의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지니


글: kossam

표지 사진: daye

사진: kossam & Ari



※2014년 3월 남이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