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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준한 시간부자 Nov 11. 2020

딱 하루,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고르는 날

1년 중 딱 하루라니, 심한 거 아니에요?

#1. 딱 하루, 엄마가 좋아하는 메뉴를 고르는 날

아빠는 삼겹살 등 육류를 좋아하시고 엄마는 대게, 킹 크랩 같은 바다 생물을 좋아하신다.

엄마는 대체로 아빠가 좋아하시는 고기반찬을 준비하신다. 그리고 손자가 생기고 나서는 외식 메뉴를 고를 때면 "애들 좋아하는 걸로 골라라"라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1년 중 딱 하루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고르는 날이 있다. 바로 엄마 생신날이다.

그날만큼은 엄마께서 잡수시고 싶은 메뉴를 말씀하신다. 보통 대게를 먹으러 간다. 1년에 딱 하루, 엄마가 원하는 걸 사드리는 날. 그런 엄마를 보면서 생각한다.

'나는 나중에 아이들이 물어보면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분명하게 말해야지'     



#2. 너네는 커서 맛있는 거 많이 먹어라

작년에 시부모님과 제주여행을 갔을 때다.

협재해변 근처에 보말칼국수 맛집을 찾아갔다. 아이들 메뉴로 주문한 해물칼국수에 전복이 들어 있었다. 전복 4마리를 보 시어머니께서 아이들을 쳐다보면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살아갈 날이 많아서 앞으로 맛있는 거 먹을 날이 많으니까, 전복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먹을게."라고.

친정엄마 같았으면 아이들이 먹기 좋게 잘라 주셨겠지. 물론 아이들은 안 먹었겠지만.(반짝이, 귀요미는 전복을 안 좋아한다)


"너네는 커서 맛있는 거 많이 먹어라"

나는 어머님 말씀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맞는 말씀이었다. 아이들은 노느라 먹을 거에 관심도 없다. 그런 아이들 입에 넣어주느라 어른들이 먹지 못하는 상황, 이것이 보통 손자들을 챙겨주는 할머니 모습인데 어머님은 다르셨다.



#3. 내 마음속 1등을 바꾸다

시부모님과 여행 가기 전까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할 때, 내 마음속 1순위는 늘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2순위가 남편, 그다음이 나였다. 그래서 딸기 한팩을 사 와도 남편과 나는 마음껏 먹어본 기억이 없다. 어느 정도냐면, 작년에 딸기농장에 딸기 따기 체험을 갔을 때 남편이 그랬다 "오늘은 감격스러운 날이다"라고.

"아이들한테 딸기 주면서 상태 안 좋은 딸기만 먹었는데 이렇게 싱싱한 딸기를 실컷 먹을 수 있다니"라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어머님과의 제주 여행 이후에 마음가짐을 바꿨다. 이제는 남편을 1등으로 챙긴다. 엄마랑 있을 때는 엄마를 제일 먼저 챙긴다. 

'애들은 나중에 맛집 찾아다니면서 맛있는 거 많이 먹겠지'


친정엄마한테도 시어머님과의 에피소드를 말씀드렸다.  

"엄마, 엄마 것 먼저 챙기세요. 애들은 커서 먹을 시간 많으니까 맛있는 건 우리 먼저 먹어요." 

그런데도 엄마는 여전히 아이들을 먼저 챙기신다. 그게 엄마의 기쁨이려니 생각하면서 그냥 넘어간다.

그리고 다음번에 같은 상황에서 나는 또 이야기한다.

"엄마, 애들은 커서 먹을 시간 많으니까 우리 먼저 먹어요."


언젠가는 엄마도, 엄마 걸 먼저 챙겨 드실 날이 올까?    


경험을 통해 얻은 정보의 풍부함은 나이 든 사람들의 특징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양 속담에
“노인 한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 곱게 늙기(송차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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