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딱 하루, 엄마가 좋아하는 메뉴를 고르는 날
아빠는 삼겹살 등 육류를 좋아하시고 엄마는 대게, 킹 크랩 같은 바다 생물을 좋아하신다.
엄마는 대체로 아빠가 좋아하시는 고기반찬을 준비하신다. 그리고 손자가 생기고 나서는 외식 메뉴를 고를 때면 "애들 좋아하는 걸로 골라라"라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1년 중 딱 하루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고르는 날이 있다. 바로 엄마 생신날이다.
그날만큼은 엄마께서 잡수시고 싶은 메뉴를 말씀하신다. 보통 대게를 먹으러 간다. 1년에 딱 하루, 엄마가 원하는 걸 사드리는 날. 그런 엄마를 보면서 생각한다.
'나는 나중에 아이들이 물어보면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분명하게 말해야지'
#2. 너네는 커서 맛있는 거 많이 먹어라
작년에 시부모님과 제주여행을 갔을 때다.
협재해변 근처에 보말칼국수 맛집을 찾아갔다. 아이들 메뉴로 주문한 해물칼국수에 전복이 들어 있었다. 전복 4마리를 보신 시어머니께서 아이들을 쳐다보면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살아갈 날이 많아서 앞으로 맛있는 거 먹을 날이 많으니까, 전복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먹을게."라고.
친정엄마 같았으면 아이들이 먹기 좋게 잘라 주셨겠지. 물론 아이들은 안 먹었겠지만.(반짝이, 귀요미는 전복을 안 좋아한다)
"너네는 커서 맛있는 거 많이 먹어라"
나는 어머님 말씀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맞는 말씀이었다. 아이들은 노느라 먹을 거에 관심도 없다. 그런 아이들 입에 넣어주느라 어른들이 먹지 못하는 상황, 이것이 보통 손자들을 챙겨주는 할머니 모습인데 어머님은 다르셨다.
#3. 내 마음속 1등을 바꾸다
시부모님과 여행 가기 전까지는 맛있는 음식을 준비할 때, 내 마음속 1순위는 늘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2순위가 남편, 그다음이 나였다. 그래서 딸기 한팩을 사 와도 남편과 나는 마음껏 먹어본 기억이 없다. 어느 정도냐면, 작년에 딸기농장에 딸기 따기 체험을 갔을 때 남편이 그랬다 "오늘은 감격스러운 날이다"라고.
"아이들한테 딸기 주면서 상태 안 좋은 딸기만 먹었는데 이렇게 싱싱한 딸기를 실컷 먹을 수 있다니"라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어머님과의 제주 여행 이후에 마음가짐을 바꿨다. 이제는 남편을 1등으로 챙긴다. 엄마랑 있을 때는 엄마를 제일 먼저 챙긴다.
'애들은 나중에 맛집 찾아다니면서 맛있는 거 많이 먹겠지'
친정엄마한테도 시어머님과의 에피소드를 말씀드렸다.
"엄마, 엄마 것 먼저 챙기세요. 애들은 커서 먹을 시간 많으니까 맛있는 건 우리 먼저 먹어요."
그런데도 엄마는 여전히 아이들을 먼저 챙기신다. 그게 엄마의 기쁨이려니 생각하면서 그냥 넘어간다.
그리고 다음번에 같은 상황에서 나는 또 이야기한다.
"엄마, 애들은 커서 먹을 시간 많으니까 우리 먼저 먹어요."
언젠가는 엄마도, 엄마 걸 먼저 챙겨 드실 날이 올까?
경험을 통해 얻은 정보의 풍부함은 나이 든 사람들의 특징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양 속담에
“노인 한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 곱게 늙기(송차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