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영인 Nov 08. 2018

제1장

세 번째 이야기 전투의 끝

평화는 아주 짧은 순간 깨져 버리고 말았다.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뭐지? 이건.  밤에는 공격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레이첼이 그 이유를 궁금해하기도 전에 벨로나가 어둠 속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총을 맞은 생물체가 그렇듯 비명소리와 함께 뭔가가 땅 위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것이 어둠에 덮여 있다.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붉은 달에서 뿜어져 나오는 요괴스러운 달빛과  어둠뿐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선명한 소리들 뿐.

     

“구식 장비까지 동원하다니  페가수스 행성 놈들이란.....”

벨로나가 내뱉듯 지껄이는 소리가 들려왔고

총소리,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  비명소리...  다시 어둠과 침묵이 교차한다.

레이첼도  사격을 시작했다.  아무리 신참이라지만 특수부대원으로 뽑혔다는 것은 그녀의 전투력이 꽤 세다는 의미라고 믿었다.  조준하지 못했지만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미루어  적군 두어 명은 쓰러뜨렸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페가수스 행성 군도 만만치 않다.  어둠을 가르고  달려온 레이저 총알이 레이첼의 왼쪽 팔을 관통한 것이다.  매캐하게 살이 타는 냄새와 함께 갑옷 쪼개지는 둔중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어둠을 깬다.

“맞았나?”

벨로나가 물었다.

“네, 맞은 모양입니다.”

“이동할 수 있겠나?”

“모르겠습니다.”

레이첼은 그대로 땅 위에 누웠다.  

눈안으로  밤 하늘이 쏟아져 들어오는듯 아득하다.

하늘이 이렇게도 검고 깊은데

그리고

피처럼 붉은 달이 이렇게도 아름다운데..

그런 날  하필이면  그런 날...

     

“나는 이동하겠다.  마지막까지 함께 있지 못해서 미안해.”

벨로나는 총알이 다 떨어진 총을 버리고  다른 무기를 꺼내며 말했다.  아무 감정이 들어있지 않은 어투다.

     

“벨로나 중령님, 왼손 잡이시네요.”

“총은 양손으로 다루지.”

“원래는 오른손잡이 셨어요?”

레이첼의 질문에 벨로나는 일어서려던 동작을 잠시 멈추고 레이첼을 향해 대답했다.

“아니  원래는 왼손만 썼어. 그것도 아주 심한 왼손잡이야.  총을 양손으로 다루면 더 효율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왼손에 비해 오른손이 상대적으로 너무 약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근력을 길렀어.  오른손과 왼손이 비슷한 힘을 낼 때까지 계속해서 말이야.  만약 발로 쏘는 총이 있고 그게 손으로 쏘는 총보다 더 효율적이라면  난 발로 총을 쏘는 연습을 했을 거야.”

“중령님이라면 그러고도..”

그러고도 남았을 거라는 말을 하려던 것인데  레이첼은 말을 다 마치지 못했다. 대신 숨이 가빠진다.  의식도 흐려지고 있다.

     

“잘 가게,  레이첼 이병.”

벨로나는 소리 나지 않는 코브라처럼  모래 구덩이에서 빠져나가 적군 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은 몸 위에는  붉은 달이 내뿜는 핏빛이 선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제1장 돌아보지 말고 떠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