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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대리 Jul 10. 2024

프롤로그 - 영화 일이 내게 준 기쁨과 즐거움

비슷한 시기에 영화사에 입사한 두 사람이 있다.

둘 다 총명하고, 해외 업무에 적합한 외국어 능력도 지니고 있었고, 그룹 공채의 높은 장벽을 뚫고 선발된 '재원'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부서 안에서 맡은 세밀한 업무 분장이 살짝 달랐다. 


둘 중 한 명은 영어 이외의 외국어에 능통하다는 이유로 부서 배치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시아 어느 나라에서 열리는 모 영화의 프로모션 의전을 담당하게 되어 곧바로 슈트케이스를 끌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한국 영화 해외 배급이 뭐 하는 일이에요? 내가 잘 몰라서...

'아시아 넘버원 스튜디오'를 표방하던 대기업 C에서 10년이 넘는 동안 이직은 생각도 안 했던 조대리가 사회생활 거의 20년 차가 되어 아주 오랜만에 갔던 어느 면접 자리에서 받은 질문이었다.


'내가 잘 몰라서'라고 덧붙인 말이 귀에 거슬렸지만, 성심성의를 다 해 차근차근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했다. 하지만, 내게 질문한 면접관은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똑같은 질문을 세 번이나 했고, 그가 손에 쥔 모나미 볼펜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는 얘기지.



조대리가 참 싫어하는 표현이 수십 가지가 넘지만, 그중에 '시쳇말로'라는 표현도 참 별로다. 그런데 굳이 지금 저 표현을 끄집어내 보자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시쳇말로' 산전수전 공중전에 해양전까지 겪은 캐릭터가 입버릇처럼 꺼내는 대사가 있다.


시쳇말로 내 인생을 소설로 쓰면 책 한 권이 넘어!

지금 이 순간, 조대리의 머릿속에 대체 저 문장이 왜 떠올랐을까? 대외적으로 얼굴을 알리고 명성을 얻어온 유명인도 아닌 주제에, 조대리는 영화를 좋아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영화와 관련한 일을 하며 사회생활을 했던 그 시간 동안, 자신을 스쳤던 생각들과 경험을 글로 쓰면 책 한 권은 너끈히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장르를 불문한 책 한 권이 되었든, 장르를 막론한 영화 한 편이 되었든, 세상 어느 작가나 감독이 자기 혼자 읽고 보자고 책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가?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한다. 책은 출판이 되고, 영화는 개봉이 되어야, 자기 자신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볼 것이고, 좋다 싫다 별로다 최고다 등의 평가를 받을 것이고, 욕을 먹든 칭찬을 듣든 하겠지.


그리고, 누군가 불특정 다수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책을 사야 하고, 티켓을 사서 영화관에 입장하거나 VOD나 구독 중인 OTT에서 봐야 한다.



조대리는 '시쳇말로' 책 한 권은 나올 분량으로 자신의 '영화로운 인생'에 대해 글을 썼다. 그러다 조대리의 글을 읽은 누군가의 피드백을 들었다. '영화 일'에 대한 좀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요약할 수 있는, '시쳇말로' 신랄한 비판이었다.


그래서 조대리는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 일'를 하면서 조대리가 느꼈던 기쁨과 즐거움을 글로 표현해 보기로 했다. 영화 일 중에서도 가장 오랜 시간 몸담았던 '한국 영화 해외 배급' 일에 관해서, 또 '영화사'라는 별다를 것 없는 조직에서 겪었던 다채로운 경험에 대해서.


혹시라도 조대리의 글을 읽다가 등장하는 인물이 '혹시 나 아니야?'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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