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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스와 줄리 Nov 25. 2017

머리가 멈춘 날

내 맘 속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가지만

바쁜 일상에 쫓길 때가 많다. 사람들을 만나고, 말들을 수집하고, 모니터 타자기와 씨름한다. 여력이 닿는 대로 브런치에 들어와 일기 쓰듯 이런저런 생각을 남겨보려 하지만 방전된 내 머리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멋진 말보다는 나의 일상을 주저리주저리.


최근 드라마 '고백부부'를 열심히 봤다. 줄리의 강력 또 강력 추천 덕분이다. 드라마는 보는 내내 내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모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과거로 돌아가 볼 수 있다는 불가능한 가정을 통해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아마도 내가 평생 직접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드라마는 그럴 수 없는 우리들을 대신해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이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너, 집에서 무심코 스쳐 지나간 엄마아빠와 가족, 영원할 것처럼 보이는 친구들 등에 대해서 말이다.

"최선을 다해도 왜 이 모양일까"라며 진심으로 우는 최반도(손호준 분)의 모습에 이상하게 나도 눈물이 났다.

줄리와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가 대학생 초년생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 이야기해봤다. 줄리는 더 재밌게 살 거 같다고 했다. 후회가 없는 타입이다. 이미 대학생활을 잘 보냈다. 대신 내가 어떤 모습일지 봐볼 것 같다고 했다.


나 역시 줄리를 지켜볼 것 같다. 말을 걸진 않을 것 같다. 고백부부와 달리 우리의 시작은 다른 곳이었으니까. 대신 건강하게 웃는 너를 보며 흐뭇해하겠지. 그와 함께 나는 학교 동아리에 쩔쩔매지 않고 연애도 더 많이 해보고, 좀 더 내 주장을 세웠을 것 같다. 후회는 없지만 지난 대학생활의 아쉬움은 있다. 결론은 이러나저러나 줄리와 나는 만났을 거라는 것.


고백부부에 대한 감상은 내 맘 속에 정말 많이 담겨있다. 생각만큼 이게 표현이 잘 안 된다. 너무 많은 걸 품어도 안 되는가 보다. 그만큼 사랑이 넘친 드라마였다.


아, 줄리와 함께 우리의 좋은 친구 스타, 9를 만난 이야기도 있다. 만남은 시끄럽기보다 기글거리는 웃음이 흐르는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스타는 나와 줄리가 싸우고 눈물을 보였다 이야길 들으며 상당히 흥미로워했다. 심지어 싸움 일기를 연재해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 우리도 혹 했다. 9는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는 그날 처음으로 문 연 와인집에서 다음 송년회를 또 기약했다.


사실 오늘 같은 일기 말고 브런치에 멋들어지게 꼭 쓰고 싶은 주제가 있다. (줄리에 대한 사랑, 싸움, 전우애에 대해 다루고 싶은 마음도 꼭 쓰고 싶다. 이를 제외하고) 내가 사랑하는 또 다른 친구 제형이의 음악 이야기다. 어느 순간부터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보지 못했다. 제형이가 온 힘을 다해 발매한 앨범 '곡예'를 몇 번씩 반복해 들으며, 참 좋았다. 제형이가 쓴 가사들, 멜로디들, 노래에 녹아있는 그의 분위기 등을 내 나름 느낀 대로 멋지게 써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부족한 나의 문장은 그저 좋다 좋다는 데서 멀리 나가지 못했다. 솔직히 다양한 방식의 헌사를 남긴 주변인들에게 질투를 느꼈다. 내가 제일 먼저,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의 게으름과 능력 부족을 탓할 뿐이다. 다만 허투루 된 문장을 써서 그의 작품을 왜곡하고 싶지 않다.


누구는 "~~~~"라며 이같이 말했다. 는 식의 문장에 갇혀 지내면서 내가 가진 좋은 문장들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현실에 치여 무뎌져 과거로 Go Back 하기 이전에 고백부부처럼 되지 않으려면. 내 외로움에 때빼고 광을 내면서 나를 더 가꾸고싶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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