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연하 짝꿍의 다섯 번째 편지
줄리에게,
오늘은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졌어.
처음 이걸 시작할 때부터
주머니 속에 넣어놓고
매만지던 주제인데
벌써 꺼내버렸네.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다는 거겠지?
앞으로 여행에 관한 이야기는
더 많이 할 수 있겠지만
오늘은 내가 예전에
유럽을 여행할 때
썼던 글이 눈에 들어와서,
그걸 같이 나눴으면 좋겠어.
지금부터 딱 일 년하고도
두 달 전에 기차에서 썼던 글이야 :)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돌아가 짐을 다 풀어헤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로 본다면,
언제가 가장 행복한 순간일까?
대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제일 행복한
순간을 꼽으라면
여행 갈 곳을 고르고,
그 곳에서 일어날
기대되는 순간들을 상상할 때다.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장면들을 떠올리는 그 때,
그 때는 뭘 상상하든
가장 행복한 것들만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그 상상 속엔
길고 긴 이동시간 내내
울어대는 아이의 울음소리,
땀을 뻘뻘 흘리며
무거운 짐을 끌고
숙소를 찾아 헤매는 길,
동행하던 사람과
삶의 방식 차이를 느끼며 겪는
갈등과도 같은 것들은
마치 칼로 도려낸 듯
사라져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행은 그런 순간들을
총집합해놓은 복잡미묘한 것이다.
우리가 그려오던 아름다운
1분을 보기 위해
10시간의 고된 일정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걸 알고도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건,
인고의 10시간을 지나
만난 아름다운 1분이
평생의 순간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10시간도
시간이 흐르면
아름다움으로 남기 마련이다.
이건 떠나고 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어느 소설가가 말한
월급날이 되면 어느새
벌벌 빌며 기어오는 월급처럼
우리는 그런 짧은 행복의 순간을
만나기 위해 긴 시간을 견딘다.
그것을 견디고 얻는 행복,
인생의 압축판이 여행이랄까.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가서 겪는
수많은 당황스러운 순간을
마주한 뒤에도
다시 여행을 꿈꾸나보다.
사진은 내가 직접 찍은 것 중에
가장 사랑하는 사진이야! :)
우연히 풍경을 찍으려 할 때
가장 로맨틱한 장면이 잡혔어.
저렇게 배낭 하나씩 매고
행복하게 길을 걷던
부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
저 중년 부부는
지금도 알콩달콩 함께
여행을 그리고 있겠지.
우리도 저들처럼 꿈꾸고,
또 실현했으면 좋겠다!
내게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이야.
줄리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야?
브라이스에게
여행이라!
정말 밤을 새도 끝이 없을
주제다, 그치?
너무 해주고 싶은 얘기들이 많아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할지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을 정도야.
우선 나에게 여행은
다른 인생을 살아보게 하는,
유일한 기회같은 존재야.
사람은 누구나 그 순간엔
하나의 선택밖에 못하잖아.
하다 못해 라떼를 마실지
아메리카노를 마실지를
고민하는 것처럼.
우리는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늘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사람과 일상을 보내지.
하지만 여행을 가면,
설령 며칠 간의 환상일 뿐이더라도
그 날들만큼은
보지 못하던 사람들과
낯선 모습으로
새로운 풍경을 보니까
힘들이지 않고
다른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라고 생각해.
나는 개인적으로
스무살 때 떠났던
호주 배낭여행을 비롯해서
최근에 다녀온 네팔 배낭여행까지,
여행에서 정말 많은 것을 얻었어.
진부한 말이지만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할 수 있을만큼 말이야.
진짜 다른 인생을 살았던,
그리고 봤던 기억이야.
이 얘긴 너무 기니까
다음 번에 다시 꺼낼게. :)
조금 다른 얘기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여행'을 가는 게
당연히 '해야할' 젊음의 권리라고
여기잖아.
때론 의무라고 생각하기도 할만큼.
나도 처음엔 그랬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나는 여행에서 내 인생을
돌아봤지만,
여행도 하나의 수단일 뿐,
여행만을 통해서
인생의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책을 볼 수도 있고,
좋은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봉사활동을 할 수도 있겠지.
어떤 일이든 본인이
즐겁고, 의미를 두는 일을 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치만 브라이스말대로,
여행은 인생의 압축판일 만큼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여건이 허락한다면
많이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언제 한 번
같이 여행이나 떠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