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에 관하여

연상연하 짝꿍의 쉰두 번째 편지-저희, 결혼합니다

by 브라이스와 줄리

*브라이스와 줄리의 글을 읽어주시고, 우리를 아껴주시는 누군가에게 드리는 편지.

마지막 일기를 쓴 이후 거의 9개월이 지났습니다. 글로만 저희를 만나는 분들은 혹시라도, 저희가 헤어지지 않았나 걱정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도(!) 저희는 서로의 소중함을 더 깨닫고, 더 오래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기로 했습니다.


양가에 인사를 드리고, 결혼식을 올릴 시간과 장소를 결정하고, 상견례를 나누고, 서로가 사실상 가족이라는 행동들을 함께 해나갔습니다. 각자의 예복을 입은 모습도 보고, 상상만해도 즐거운 신혼여행 티켓도 끊었습니다! 저희의 보금자리(나라가 해주는 대출 이름이 생각나네요)도 마련했구요. 이달 초에는 청첩장도 만들었습니다. 문구도 나름 저희가 고민해 짜냈습니다. 언젠가 이곳에도 청첩장 사진을 보여드릴 날이 오면 좋겠네요.


"나의 하루, 너의 하루를 이야기하던 두 사람이 이제 '우리의 내일'을 함께 시작하려 합니다"


이 문구가 저희의 소개말입니다. 저희가 편지를 나누던 맥락과도 맞닿아 있죠.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던 두 사람이 이제 '우리'가 되려고 하는 겁니다. 자신만만한 건 아닙니다. 브라이스와 줄리는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날도 많거든요. (주로 브라이스가 줄리의 언성을 높이게 만듭니다만) 그래도 서로 사랑하며 함께 걷는 나날을 보내는 부부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담았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이젠 저희가 법적으로도 갈라설 수 없게 됐습니다. 바로 '혼인신고'입니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여러 상황적 차원에서 예식 전에 혼인신고를 올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두 사람 모두 혼인신고를 미리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었고, 나름의 확신이 있었습니다.


신고서 작성을 위해 두 사람은 2018년 8월10일 각자 대휴와 반차를 내고 서울의 한 구청에서 만났습니다. 구청은 조용하고 깔끔했습니다. 신고서도 가지런히 잘 구비돼 있었죠. 작성법 예시까지두요. 신고서를 보는 제 눈을 끄는 문구 하나가 있었습니다.


"혼인신고 접수 후 취소불가"


불가. 불가란 말이 얼마나 무섭던지요. 저는 줄리에게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정말 괜찮겠니?" 한두번 친절히 답해주던 줄리는 나중에 짜증이 났습니다. 도리어 제가 역공을 받았죠. 티격대는 와중에 두 사람은 신고서를 열심히 작성하고 준비한 도장을 찍은 뒤, 구청직원에게 공손히 서류를 제출하며 의식을 마무리했습니다.


구청 안내를 맡은 친절한 50대 여성 직원분은 밖으로 나가는 저희를 불러세웠습니다. 혼인신고 서류 제출자들을 위해 축하하는 인증사진을 남기라는 제안이셨죠. 심지어 각국 전통의상이 구비돼있으니 그걸 입어도 좋다고 했지만 차마 의상까진 입지 못했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소를 보이며 사진을 찍었는데, 아마 이 사진을 누군가가 보면 두고두고 놀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날 저녁 축배를 들었습니다. 줄리의 집 근처 한 고깃집에서 배터지게 고기를 먹으며 새 출발을 축하했습니다. 음.. 이렇게만 말하면 행복할 따름이지만, 사실 그 전에 제가 사고를 치기도 했습니다. 혼인신고 서류 제출 후 한 2시간 만에 줄리 눈에 눈물을 보이게 했습니다. 그것도 분노의 눈물을요. 왜 울었냐고 궁금해하신다면 너무 구구절절한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줄리를 화나게 한 저의 못된 구석들이 그를 화나게 했습니다.


이렇게 롤러코스터 타는 듯한 저희의 신혼이 시작됐습니다. 앞서 혼인신고서를 쓸 때 동거시작일을 결혼식 날짜로 기입했는데, 직원 분이 수정을 요청하셨습니다. 혼인신고서 제출 일시보다 동거일이 늦어선 안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꼭 그래야 하나 싶었지만 그래야 한다니, 순순히 응했습니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저희 둘은 이미 2018년 8월10일부터 결혼생활을 시작한 셈입니다.


실감은 아직도 잘 나지 않습니다. 결혼식 단상 앞에 서도 실감이 안 날 것 같습니다. 어떤 행사를 하고 있구나..정도의 생각만 드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줄리에게 따뜻함과 다짐이 듬뿍 담긴 편지를 쓰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저희의 글을 언젠가 읽어주셨을 독자 분들에게 그날의 이야기를 소상히 떠들다보니 공간이 꽤 차버렸습니다. 부디 재밌게 읽어주셨길 바랍니다. 앞으로 결혼식 후 서로 한 살림을 꾸리고 난 뒤부턴 '유부남·유부녀'들의 대화를 틈나는대로 이곳에 담아볼까 합니다. 브런치를 통해 전국에 저희의 꼬물거림을 중계했으니 앞으로 더 잘 지내야 하지 않을까요?

KakaoTalk_20180811_214654081.jpg 우리의 나날들이 이렇게 포근한 느낌이길

줄리에겐 이런 얘기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이고, 앞으로 함께하고픈 가족같은 사람이야"

라고 보듬어준 줄리의 고백처럼 내 고백도 같아. 곧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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