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아무 일도 없는데 끝없이 가라앉는 날이
지나간 일에 만약은 없다지만,
그때 그랬더라면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무한한 후회의 굴레에 빠진다.
떠올리기 싫었던 기억을 병원에서 꺼내야 할 때면 기억과 감정을 분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견딜 수가 없어서.
마치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기억을 늘어놓는다.
기억 저편에 남은 감정은 집에 돌아온 나를 계속 괴롭힌다. 나를 잊지 말라고. 나를 똑바로 보라고.
내 안에 있던 조그만 감정들이 모인 괴물이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말한다. 너는 행복할 수 없다고.
나는 행복해지고 싶은데
아니. 그런데 내가 행복할 자격이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