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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사이드B May 23. 2023

내 인생의 인간들 모두 까기, 어쩔 수 없는 형제.

내 인생의 인간들 모두 까기 열 번째

나는 살면서 처음부터 싫어했고 여전히 싫어하며 앞으로도 싫어할 사람이 딱 한 명 있다.

사실 증오에 가깝다.

그는 바로 내 위에 형제 일공(가명)이다. 


말한 적이 있지만, 나는 싫어한다는 감정 자체를 싫어한다.

그 소모적인 감정을 느끼기 싫어, 싫어하는 감정이 들면 바로 그 사람 자체를 안 보려 하고

안 보면 생각도 안 나기 때문에 더 이상 싫어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가족은 내가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이 사람은 오로지 싫어할 수밖에 없다. 


어렸을 때부터 참 얄미웠다. 

태권도를 배웠던 일공은 그 배운 실력으로 힘차게 뒤돌려 차기로 날 때리곤 했다.

그럼 난 지기 싫어 발악하며 때려댔지만 맞는 게 더 많았다.

둘이 있을 땐 먼저 시비를 걸고는

부모님이 오시면 갑자기 착한 자식이 되었다.

그럼 난 항상 억울하고 분해 화를 냈고

부모님은 항상 그런 내가 문제이듯 혼을 냈다. 


내가 처음 야동을 보게 된 것도 다 일공 때문이다.

당시 컴퓨터를 한 대로만 썼었는데 바보같이 흔적을 남겨놨기 때문에 

나는 그 충격의 살색 영상을 보게 됐다.

그래놓고는 몰래 야한 만화를 빌려 보는 것을 부모님께 이른다거나

좋아하는 가수의 CD를 모아놓은 것을 사촌들에게 공개하는 등의

거지 같은 행동들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그게 무슨 문제냐고 생각할 순 있지만

난 어렸었고, 그만큼 감수성도 높았기 때문에 작은 사회인 가족의 간섭은

굉장히 큰일이 되었고 상처로 남아있다. 


군대 제대 후 부모님을 생각하는 말을 하길래 좀 어른이 됐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몇 년간을 공무원 준비한다고 집에 없는 돈까지 끌어다 쓰더니

지금은 쿨하게 포기하고 아는 형 가게 주방 일을 하고 있다.

단지 지금 하는 일이 별로여서 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 자체가 병신이다.


삼촌이 부산에 와서 일 좀 도와달라는 말에 

부산 가면 여자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서 가기 싫다고 대답한 놈이다.

여자만 있는 나라에 가도 한 명도 못 사귈 놈이.


혹여나 일공이 나중에 결혼한다고 여자를 데려온다면

난 그 여자를 둘 중 하나로 의심할 것 같다. 

진짜 천치 바보거나

쥐뿔도 없는걸 모르고 등쳐먹으려고 왔거나.


이렇게 싫어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분명 우리가 가족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잘못한 일이 많고 여전히 불효를 저지르고 있다.

그래서 내가 못한 효를 일공이 대신해주길 바라는 이기심이 있다.

그런데 일공마저 쓸모없는 자식이 된 것이 화가 난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네가 잘하면 되지 않냐고 할 것이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나.

이기심이라고.


집안의 막내들은 왠지 억울한 느낌이 있다.

부모는 항상 첫째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로 첫째에 거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없는 살림에서도 나름대로 부족함 없이 키웠다.

하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내가 받지 못한 그 기대를 받아놓고 그렇게 기대를 말살시킨 일공이 미울 수밖에.


성인이 되고 따로 나와 살면서

난 일공을 설날이나 추석 때 가족끼리 모이는 날 말고는 전혀 보지 않고 있다.

사실 지금도 살아있는지 모른다.


가끔씩 주변 사람들이 자기 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면 부럽기도 하다.

어렸을 땐 마냥 싸우다 현재는 서로밖에 없다는 걸 눈치챈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린 앞으로도 서로에게 짐이 될 존재다.

혹시 아니더라도 지금은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하다.


나는 살면서 아버지와 일공을 미워했고 증오했으며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그 미워함을 멈추게 됐다.

하지만 일공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정말이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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