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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사이드B May 31. 2023

내 인생의 인간들 모두 까기, 가벼운 사람에 대한 변명

내 인생의 인간들 모두 까기 열여덟 번째

만나는 내내 처음부터 지금까지 또 예상컨대 앞으로도 일관된 느낌을 줄 사람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첫인상과 지금 느낌이 다르고 앞으로 또 다르게 생각될 사람도 있다.

어느 사람이 더 좋냐는 의미 없는 논쟁이 될 뿐이다. 

오늘은 후자에 속하는 한 친구(일팔)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팔과 친해지는 것은 굉장히 쉬웠다. 

낯가림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자기소개를 기깔나게 하는 그는

처음부터 먼저 다가와서 자신의 유머감각을 마음껏 드러냈다. 

소위 말하는 바람잡이로 그의 무리 중 가장 활발했던 그는

우리 무리와 연결점이 되어주었다. 


그는 정말 신기할 만큼 자존심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것을 이용해 자기 비하 개그를 굉장히 잘했다. 

또, 사고를 치거나 잘못을 하면 우리는 곧 그를 혼내곤 했는데

그는 단 한 번도 부인하지 않고 바로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자존심은 없지만 자존감은 있어서

자신의 소신도 뚜렷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런 자신의 강점으로 모두와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었고, 

난 그의 수수한 성격이 정말 부러웠다. 


하지만 그에게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누구와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만큼

가볍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니 실제로 가볍긴 했다.


특히 여자를 겁나 좋아하는 그는 여자만 있다 하면

온갖 바람잡이 역할을 다 했고, 

그 습성은 여자친구가 있어도 변함없이 드러냈다.

우리들은 그런 그를 보며 언젠간 한번 크게 이성문제를 일으킨다고 단언했다. 


그러니까 그는 첫인상은 굉장히 훌륭하고

알면 알수록 깨는 사람인 거였다. 

하지만 그 친구를 사회생활을 하는 시점에서 다시 보면,

난 또다시 그를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나 수더분한 그는 사회생활마저 큰 어려움 없이 해내곤 했다.

상사가 자신을 까더라도 히히 웃으며 장난치고

후배에겐 어김없는 친절을 베풀었다.

특히나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친구관계처럼 깊숙이 알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의 겉으로 보이는 성격만으로 평가되어

그는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웃을 수 있는 사람.

자신을 낮출 줄 알지만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자신의 소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


이 정도면 충분히 가벼워도 되지 않을까.

가벼워야 할 땐 무겁고 진지하고

무거워야 할 땐 한없이 가벼운 나로서는

일팔이가 많이 부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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