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여기까지...
내가 첫 직장생활을 한 것이 IMF였으니까 20년이 훌쩍 넘어간다. 당시 대다수의 졸업생들의 목표는 무조건 취직만 해서 회사에 들어가자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고 냉혹했다. 큰 불황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으며 현직 회사원들도 대부분 잘리는 칼바람이 부는 마당에 신입이 들어갈 회사는 거의 없었다. 그러니 졸업생들은 전공 무시하고 채용공고가 있는 회사라면 수도권, 지방, 시골 가릴 것 없이 지원을 하였다. 나 역시 졸업 후 채용 공고를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보면서 취업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중견기업에서 연락이 왔고 서울은 아니지만 운 좋게 경기도의 한 회사에 채용이 되었다. 지옥철과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 출근시간이 힘들었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나 집안 형편을 보면 이것저것 가릴 처지도 아니었다.
그렇게 시작된 첫 회사를 10년 다녔다. 많은 것을 배웠고 힘들기도 했다. 공대 전공을 살려 관련 업무를 했고 회사의 지원을 받아 사외 교육도 많이 받았다. IMF로 많은 기업들이 부도가 나고 인력감축을 하였지만 나의 첫 회사는 성장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계장비투자가 지속되었고 신규장비 교육과 시스템 구축을 하는 데 있어서 많이 배웠다. 현장과 사무실을 오가며 기름밥이 뭔지, 쟁이들의 텃새가 뭔지도 몸소 느꼈고 화가 나서 싸우기도 하고 화해도 해가면서 지낸 10년은 나에게 사회란 무엇인지 직장이란 무엇인지를 알려주었다.
어수선했던 사회 경제도 안정을 찾아가게 되고 형편도 차츰 좋아져 가게 되면서 처음의 간절했던 나의 마음은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졸업 후 전공과는 무관한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싶었기에 관련 회사로 이직을 했다.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업종을 바꾸었기에 경력을 인정받지 못할 것은 각오하였다. 그러나 신입으로 일을 하기에는 10년이란 세월의 나이차이를 극복하기에 간극이 너무 컸다.
고민과 후회의 시간이었다. 잠시 한 눈을 판 것일까. 그래서 실패한 것일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회생활을 해서 너무 자신 만만 했던 것일까. 많은 생각과 후회로 보낸 2년이었다. 연봉을 낮추어서라도 해 보려고 했던 일이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아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이 컸다. 전 회사에서 만류를 할 때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나왔던 것이 후회되고 창피했다. 결국 2년 만에 전 회사의 경쟁회사로 다시 이직을 하고야 말았다.
만약 다른 회사로 이직했더라면 괜찮았을까. 감히 예상하지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경력과 나이 그리고 연봉을 무시하고 새롭게 도전해서 이직에 성공했다고 치자. 업종을 바꾼 후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10년의 시간은 다시는 돼찾지 못할 시간이다. 사회생활로 얻은 것이 있겠지만 적어도 경력과 나이가 플러스는 되지 못한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신입직원 혹은 짧은 경력을 가진 직원들이 업종 변경 퇴사를 한 후 근황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한 결같이 하는 말이 업종 변경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업으로 이직한 후배는 아직도 자리를 못 잡고 있다. 첫 직장에서 같이 일 했던 동료 중 한 명은 아직도 가끔 연락을 하며 지낸다. 내가 첫 회사를 퇴사한 후 그 후배도 업종을 변경하여 이직을 하였었다. 서비스업으로 이직을 한다기에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고 있던 나로서는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하였었다. 그래도 자신 있다며 회사를 박차고 나와 이직을 하였던 후배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업종을 넘나들며 이직을 하고 있다.
이직을 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이직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가령 공대를 나와서 기계설계 업무를 하거나 경제학을 전공하고 금융 관련 업무를 하던 사람이 있다고 치자. 기계설계와 금융 관련된 타 업종으로 이직은 오히려 본인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업종에서 자신의 업무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무를 변경한 업종변경 이직은 본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다고 본다.
업종 변경으로 이직은 신중해야 한다. 연봉, 나이, 경력 무엇하나 쉬운 것이 없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계속 꼬리표로 붙어 다니게 된다. 비슷한 나이에 연봉과 직급 차이 그리고 경력 차이를 극복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어린 자식에게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이해를 못 하는 시기가 있듯 젊고 혈기 왕성한 젊은 직장인들 역시 '난 다 극복할 수 있다.!!'라고 외치면서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2년은 젊은 나이의 객기였을까. 아니면 실패와 후회의 시간이었을까. 이력서 작성 할 때나 면접을 볼 때면 항상 따라다니는 고민거리가 되었다. 면접관에게 부연설명이 필요하며 어떻게 받아들일지 항상 고민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지금 생각해 보면 객기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