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여기까지 왔을까?
평범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지난 살아온 세월을 되새겨 볼 요량으로 브런치에 연재를 하였다. 켜켜이 쌓인 시간과 삶을 브런치라는 공간에 모두 담을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그때 그 시간 그 감정과 생각들을 다시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힘들었고 고민했고 행복했고 겁도 났었던 과거의 일들을 다시 떠 올릴 때면 안갯속을 걸으며 내 주위 사람들을 손으로 더듬고 확인하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브런치에 내 과거 내 삶을 쓴다고 지금의 삶이 변하는 건 없었다. 무얼 바라고 쓴 건 아니었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감정과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돌이켜 보려고 했다. 그때 왜 그렇게 행동이나 말을 했었는지 부모님의 이혼을 자식이 관여했어야만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에 대한 나의 감정을 폭력으로 풀어야만 했었는지. 지금 와서 다시 돌아본다고 무엇이 변할까. 부질없는 짓은 아닐까 생각도 했었다.
최소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렴풋한 생각이 들었다. 삶은 반복된다. 꼭 내가 반복된 삶을 살지 않더라도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 속에서 그들의 삶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어느덧 나는 부모가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선배가 되었으며 회사에서는 팀원들과 어우러져 살아갈 것이다. 필요로 할 때면 최소한 그들에게 해 줄 말은 있을 것이다. 내가 안갯속에서 그들을 느꼈듯이 그들도 나를 느낄 테니까. 그것으로 만족한다.
짧은 연재를 하면서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으면 거짓말이다. 누군가와 술 한잔 하면서 ‘난 예전에 이랬다’라고 끝내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글만큼 내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은 것은 없다. 쓰지 않으면 모를 생각과 느낌은 한편 한편 쓰면서 새록새록 돗아났고 드디어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았던 나만의 삶을 글로 쓰면서 부끄럽기도 했고 창피하기도 했다. 그래도 쓰길 잘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