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내가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얼마전 오랜만에 아내와 조조할인으로 영화 '동주'를 보고 동네에서 맛나게 하는 3000원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극장 1층에서 하는 맛난 일본라면도 있었지만 아내는 지출을 줄여야 할때라며 맛나고 저렴한 칼국수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단돈 3000원, 완전 착한 가격에 칼국수 맛이 기가막혀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댄다.
값이 싸니 한그릇이라도 더 팔아야 해서 이곳에선 합석이 흔하다. 혼자 드시고 계신 아저씨 앞에 나란히 앉아 칼국수를 먹으며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다.
"넌 내가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지금까지 5개월이니까...'5개월*월급'이 고스란히 통장에 쌓여있었을텐데..라는 생각 안 해봤어?"
"했지...사람이니까...'만약에'라는 말까지는 떠오르지.. 그런데 나는 '만약에'까지만 생각하고 그 다음은 가차없이 끊어버려."
"어떻게 그럴수 있냐. 진짜 그게 가능해?"
"우리가 보통 '만약에'라는 말로 시작을 하면 대부분 지난날의 후회로 귀결되는 것 같아. 이미 지나간 일이고,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잖아. 지금하고있는 일이 중요한거야. '만약에'라는 말은 지금하고 있는 일을 작아지게 만들뿐이야."
"그래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가위로 확 짤라버릴수도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뚝 끊어버릴수가 있지?"
"난 끊을 수 있어. 그리고 여전히 끊어내고 있고. 안 그렇다면 오빠와 나는 이렇게 마주 앉아서 칼국수를 먹을 수 없었을지도 몰라. 매일매일이 다툼이었을거야. 만약에 이랬으면 저랬으면, 머릿속에 온통 이 생각인데 지금 또는 미래를 위한 대화가 되겠어? 지난날의 결정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겠지."
"대단하다.마누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만약에...
내가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난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궁금하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