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선물이라 말했다.
여섯살 아들의 수면독립, 자신의 방에서 혼자 잠을 자는 것이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다. 아빠와 함께 잠들기가 완전 성공한 이후 몇일만의 쾌거다. 밤중에 간혹 깨어나 무서운 꿈을 꾸었다면서 옆에 좀 있어달라는 부탁을 하니 아직까진 절반의 성공이라 하겠다. 그래도 절반의 성공이지 않은가. 육아를 하는 엄마들은 너무나 잘 알겠지만 이건 육아맘에겐 커다란 선물이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아내의 저녁마실이 가능해졌다.
결군이 태어난 이후 저녁시간대 아내의 외출은 전무후무했다. 집주변에 부모님도 친척도 하나 없기에 전적으로 우리부부가 알아서 해야했다. 퇴사 후, 많은것이 달라졌다. 쉬고있는 나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잠이 들수 있으니 아내는 저녁약속을 잡을 수 있게되었다. 얼마전 아내는 백만년만에 옛직장동료들과 1박2일 여행을 떠났다.
아내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아들이 태어난 이후 아내는 아들을 재우는 데 사용한 자신의 시간을 모으면 일년은 될거라 얘기한다. 아이를 재우는데 쓴 시간이 뭐가 아깝냐는 얘기를 할지 모른다. 이건 쉽게 볼 일이 아니다. 아이의 옆에 누워 좀비처럼 꿈쩍도 하지않고(내가 부스럭거리면 아이도 부스럭거리니까) 눈만 껌뻑거리며 아이의 숨소리에 온신경을 쏟은채 어두운 천정만 몇십분 바라보고 있어보라, 잠든줄 알고 일어나 나가려는데 아이의 손에 발목을 잡히는 그 절망감,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은 절대 모른다.
게다가 졸리기까지 하면 이건 악몽과도 같다. 하루종일 아이와 붙어있다 블로그라도 하며 책이라도 보며 조용히 보낼 시간은 오직 저녁뿐이다. 아이를 재우다 잠들어버리고 아침에 눈을 뜨면 재충전도 없이 다시 아이와 시름해야한다. 이건 웃을일이 아니다. 반복되면 우울증으로 연결될수 있을만큼 심각할수있다.
나의 퇴사와 더불어 아들의 수면독립이 이루어졌다. 아내는 아빠와 함께 아이가 잠들기 준비를 하는 저녁 7시30분부터의 시간을 선물받는다. 얼마전부터 아내는 블로그도 하고 영어회화공부도 하며 이 선물같은 시간을 채워가고 있다. 흐뭇 하다. 만약 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었더라면 갖기 힘든 부분들이었을 것이다.
퇴사하고 쉼의 시간을 갖는 남편과 아들의 수면독립,
아내는 선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