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어릴 때부터 오동통 몸매의 참 잘 먹었다. 살아보니 조금 먹는데 살이 찌는 게 아니었다. 양이되었든지 아니면 질이 되었든지 둘 다 든 지 분명히 살찔 요소가 갖춰졌기에 찌는 것이다. 음식 앞에 두고 깨작 저리는 것보다 잘 먹는 게 미덕이니 밥 잘 먹는 내 모습을 보고 어른들은 복스럽다고 칭찬을 해 주셨다. 칭찬이 좋아 잘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먹는 건 참 맛있게 잘도 먹는다. 먹은 만큼 운동도 해 줘야 한다는 게 기본 상식인데 운동은 또 세상에서 제일 하기 싫은 일 중에 하나이니 나이가 들어 내 몸이 건강해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른 후반의 어느 날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지더니 귀가 안 들리고, 앞이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그 뒤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행히 그날 나는 집에 있었고,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넘어지면서 등짝이 식탁 모서리에 긁혔는지 따끔거렸고, 식탁이 위치가 삐뚤어져 있었다. 몸이 내게 경고를 보냈는데 둔한 나는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라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다. 두 달 뒤 건강검진 날이 다가왔다. 전날 체했는지 뱃속이 불편해서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몇 달 전에 예약해 둔 지라 안 가기도 그렇고, 또 못 갈 정도로 힘든 건 아니니 그냥 가기로 했다. 피검사를 하는데 지난번과 같은 느낌이 들면서 그대로 뒤로 쿵!
검사 결과에 크게 나쁜 곳은 없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체력 저하에 근육량이 너무 없다고 운동을 하라고 했다. 먹는 건 다 어디 가고 이 몸에 체력 저하란 말인가....
내 평생 처음으로 내 발로 운동을 하겠다고 헬스장에 찾아갔다. 운동을 해 본 적이 없으니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며칠 동안 러닝머신 위에서 슬슬 걷기만 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개인 PT를 받기로 결심했다. 1회 7만 원 기본 수강권 10회로 금액이 꽤 나갔다. 보약 먹는다는 생각으로 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생애 첫 운동은 다음날 실컷 두들겨 맞은 듯한 고통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돈 쓰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후회가 밀려왔다.
이왕 돈 쓴 거 살을 빼자 싶은 생각에 혹독한 식이조절과 하루 2시간 강도 높은 운동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6개월을 지속했다. 아마 살아있을 동안 내가 할 운동양 까지 다 끌어다 한 것 갈았다. 그 좋아하는 밥을 끊고, 닭가슴살과 계란, 야채, 고구마, 감자, 바나나 같은 것으로 탄수화물을 보충하면서 독한 식단관리에 들어갔다. 몸은 정직하다고 그랬더니 6개월 만에 10kg이 감량되는 것이 아닌가.. 초등학교 이후 볼 수 없었던 몸무게 앞자리의 숫자가 바뀌었다. 체력을 기르자고 시작한 운동인데 하다 보니 다이어트가 되어버렸다. 체력도 붙었고 살도 빠졌으니 1석 2조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 그러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자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다고 했던가? 어느새 운동도 사라지고 몸무게도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중년의 운동은 체력을 키우기에 주력하는 운동이 아니라 면역력 강화를 위한 운동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더 자주 아픈 것이 당연할 텐데 아픈 것은 아픈 것이고 그때마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이제는 운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글을 쓰고 보니 운동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은 사라지는 것 같다. 단기간에 살을 빼고 싶어서 혹독하게 한 운동을 생각하면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먹고 싶다고, 맛있다고 왕창 먹는 식사가 아니라 건강한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는 습관도 길러야겠다.
다행히 걷는 것은 싫어하지 않으니 당장 오늘부터 하루 30분씩 걷는 것부터 시작하자. 미루면 또 하기 싫다. 마음먹었을 때 바로 실행하자.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하는 나의 미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