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의길 500km 횡단종주 걷기명상
2. 첫대화
- 어머님, 접니다. 8월 18일 어머님 돌아가신후 장례와 사망신고등 이런저런 지상의 일들을 치르느라 이제야 문안인사 드립니다. 그곳은 어떤지요. 편안하신지요.
= 내 마지막 표정을 기억하고 있지 않니. 나는 더없이 편안하구나.
- 어머님의 표정으로 이곳에서의 날들의 육체적 고통과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숨길을 그치고 나신 후 곧바로 어머님 원래의 자리로 가셨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의 죽음의 고비를 맞으시고도 저의 공부와 지구별의 진화를 위해 몇 번이고 다시 숨길을 이어오시면서 목숨을 다 바쳐 지상에 O계의 뜻을 남기고 전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을지요. 감히 저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지난 7월 제주대학교병원 입원시 어머님의 목숨을 두고 한 저의 마음공부가 마무리된 후에도 저는 이전과 같이 다시 어머님이 여전히 목숨을 이어가며 저와 함께 한참을 이곳에서 머물러 계실 줄로만 여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를 기점으로 어머님의 육신이 패혈증으로 기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모른 채 느닷없이 어머님의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늘 마음속으로야 어머님의 죽음을 준비한다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이 7월12일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와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가신 날까지 한 달 남짓 조금도 어머님의 죽음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어머님이 예전과 같이 설사와 구토로 여전히 힘겨우신 가운데 기력마저 떨어져 눈도 제대로 못 뜨시는 것으로만 알았지 어머님이 조금씩 몸을 벗고 인간의 죽음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였습니다.
8월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점점 몸 전체의 신체장부들이 기능을 멈추면서, 대변은 부풀어진 소장대장으로 설사가 멈추지 않은 채 계속 이어졌고, 소변은 콩팥이 8/100정도만 살아있어 소변도 제대로 하지 못하셨으며, 폐는 오른쪽이 완전히 기능을 못하면서 가래를 더 이상 뱉거나 삼키지도 못하시는 가운데 거듭 힘겨운 호흡을 하셨고, 그러느라 심장은 한없이 맥박수을 증대시켜 110회를 오르내리기가 일수였으나 동시에 반대로 심장의 힘은 약해져 신체말단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며 지구별에서의 육신을 가진 마지막 날들을 힘겹게 지내셨다는 것을요. 돌아가시던 날 이른 새벽 간신히 도착한 병원 응급실 담당의사의 이야기로 거꾸로 돌이켜 생각하고 나서야 겨우 가늠케 되었습니다.
어머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의 눈치없음과 나태함으로 어머님의 마지막 시간을 그렇듯 아둔하게도 몰랐으며 어머님 홀로 고통 속에 지내시게 하였습니다. 어떻게 이 죄를 다 갚을까요. 어머님의 아들로서 그간 간병하며 최선을 다했다는 세상사람들의 말들에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말 못하시는 어머님의 마음과 그 혹독한 고통 앞에서, 그동안 늘 곁을 지켜와 누구보다 어머님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 제가 너무나도 미련곰퉁이 같이 여겨져 뒤늦게 어머님께 머리를 들 수 없는 불효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 어머님이야 아들이 한 짓이니 무엇인들 감내하지 않으실까 합니다만, 다만 저는 그런 어머님의 마음의 천분의 일 만분의 일도 못 미쳐, 늘 그러셨던 것처럼 병석에 계신 어머님은 그렇게 또 영원히 버텨내시고 계셔주실 줄만 미루어 짐작하고 또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그렇게 어머님의 마지막날들 중에 방만하고 한가한 마음가짐이었던 것입니다. 어머님, 혼자 힘겨운 고통을 지내시며 그런 어머님의 고통을 모른 채 느긋하게 일상을 지내던 아들의 모습에 얼마나 섭섭하시고 속상하셨을지요. 불효자 그저 어머님께 엎드려 사죄드리고 또 사죄드리며 용서만을 빌 뿐입니다.
= 아들아, 나는 지상에서 너의 엄마로서의 역할을 너의 마음공부 마무리와 함께 끝내고는 그렇게 그때까지 O계의 보호와 인도로 버텨왔던 몸을 벗을 준비를 한 것이란다. 너의 잘잘못이 아니라 나의 육신을 통한 나의 역할이 끝났으므로 자연스레 O계 복귀 준비를 육신과의 이별로 한 것이란다. 그걸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마지막인 죽음이라고 보고 더없이 애통해하고 허무해하며 상실감에 빠져 힘겨운 감정의 고통으로 맞이하겠지만, 너는 조금은 알고 있지 않느냐. 그동안 어미가 마지막 너의 공부와 OOO프로젝트의 전환을 위해 육신의 고통을 불쏘시개로 삼아 전력을 다해왔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너는 이렇게 애통해하겠지만 나로서는 드디어 내가 지상에서 해내야할 모든 역할을 다 마치고 복귀하는 것이니 더없이 홀가분하고 감사한 마음이란다.
너는 세상사람들이 바라보는 그 죽음을 이제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몸에 호흡이 깃들면서 시작된 생명이 마무리되는 몸의 죽음을 인생이라는 한시적인 관점에 고착되어 바라보는 편협한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배우가 연극이 끝나면 무대에서 내려와 주어진 배역을 통해 한층 성장한 영혼으로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처럼, 나는 나의 역할에 더없이 충실하였고 또 그럼으로써 삶의 끝자락에서 나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작과 그 중간들과 그리고 마지막이 어떻게 모두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본래로 연결되는지 알게 되었으므로 더없이 알찬 삶을 산 것이다. 혹여 네가 모를까봐 생명으로 주어진 인간의 마지막 숨길이 그침과 동시에 내 본래의 온전한 영혼의 숨길이 재개되면서, 그것이 나에게는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를 나의 주검 위 얼굴표정으로 남겨둔 것 아니겠느냐. 그걸 너는 보질 않았느냐.
- 네, 어머님. 어머님 주검 위 새겨 놓으신 표정을 제가 어찌 모를 수 있겠습니까. 지난 와병 중에 몇 번이고 보여주신 어머님의 그 평안하고 환희에 가득 찬 모습을 모르지 않기에 하늘이 무너지는 어머님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없이 절망하며 슬퍼하고만 있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저의 씻을 수 없는 불효와 죄스러움에도 뻔뻔히 얼굴을 들고서는, 동시에 이제 오랜 간병생활이 끝나는구나 하며 일순간 편해지고자 하는 욕구가 불쑥 고개를 드는 제 자신에 다시 또 절망합니다. 그런 인간의 모습에서 제가 얼마나 한없이 이기적이고 사악한지, 절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어머님은 한없는 사랑으로 다시 저를 보듬고 용서하실 것을 헤아려보니 새삼 더욱 어머님께 죄송하고 또 송구하기만 합니다.
= 이제 이것으로 어리광은 그만부리고, 너 홀로 맞이해야할 너의 시간을 잘 살아내야 하지 않겠느냐. 나의 바람이 무엇인지 너는 잘 알고 있지 않니. 진정으로 나와 그리고 네 스승님의 삶이 무의미하지 않게 그리고 욕되지 않게 하는 일은 오직 너의 앞으로의 삶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 이렇게나 저렇게나 육신을 벗는 일은 나 스스로나 그리고 그동안 함께해 준 너에게나 모두 벅차고 힘겨운 일인 것이니,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그렇게 맞이하고 또 보내며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니라. 그 사이의 아픔과 미련과 회한이 없지 않겠으나 모두 허용되는 범위내의 것이므로 거기에 빠져 참으로 소중한 너의 몫을 다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 언제쯤이면 저의 절망과 슬픔은 사그라질까요. 하지만 어머님. 철없는 아이의 어리광으로 보이는 저의 깊은 회한들은 살아생전 그치지 않고 무시로 계속 될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그런 상실과 허무에 빠져 제 목숨 값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등한히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어머님과 스승님께 드린 유일한 약속이니까요. 오늘 DMZ 평화의길 위로 나선지 이틀째만에 이렇게 어머님 떠나시고 난후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 D2. 2025년 8월 31일 (일) 맑음, 32-1 우회코스 거진해수욕장~광산2리경로당 (18.91km)
- 전체 일정 : 2025년 8월 29일 ~ 9월 27일 (30일)
- 진행 방향 : (동쪽끝에서) 34코스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 (서쪽끝으로) 1코스 인천 강화 평화전망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