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침묵

DMZ 평화의길 500km 횡단종주 걷기명상

by 강보식

4. 대자연, 있는 그대로의 모습 DMZ


- 어머님, DMZ평화의길 걷기 4일차 아침입니다. 간밤에 내리는 비를 맞으며 텐트에서 비박을 태어나 처음으로 해보는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어머님의 주검이 모셔진 관 크기만한 작은 텐트에 일신을 의탁하고 누워 잠시 쏟아지는 비를 피하고 있는데 인간의 한 생이 지금의 한 지점, 세상에 가장 낮은 곳에서 아무 곳에도 기댈 곳 없이 홀로이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살아내야 한다는 외로움과 허허로움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님이 많이 그립기도 했습니다.


= 네가 지금 힘겹지만 나를 떠나 홀로 서서 걷고 있는 그 길은 세상의 모든 분열과 갈등의 정점이자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낮은 채로 유구하게 이어져 내려온 DMZ의 자연 속 땅위가 아니겠느냐. 평화로운 대자연의 길 위에 어떻게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극단적으로 너와 나, 아군과 적군으로 나뉠 수 있는지를 직접 목도해야 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러한 대치점의 해결책 또한 그 공간이 놓인 대자연 바로 그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 지금 그 길을 걷고 또 그 길 위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태양이 내리쬐면 또 그런대로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들고나고 머물고 떠나는 그곳을 한없이 걸으며 그 모든 움직임과 변수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그것 자체로 바로 완성된 모습이자 미완의 모습을 동시에 가진 우주 본 모습 그대로를 빼다 박아 만들어 놓은 곳이 바로 대자연이니, 대자연의 가장 낮은 곳 대지위에 아무런 걸침 없이 너의 온 몸을 누이고 대자연의 모든 존재들과 똑같이 하나 되는 그런 경험이 필요했던 것이다. 모두가 같은 존재들이니라. 풀 한 포기, 흙 한 알갱이, 벌레들 하나까지도, 너와 하나 다를 바 없는 귀하디귀한 존재들인 것이다. 그들이 그들의 존재목적과 소임에 따라 그렇게 겸허히 자신들의 삶을 이어가듯, 너도 너에게 주어진 그 존재의 이유를 따라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서 감사를 배우고 그들에게서 세상을 알고 우주를 알아, 앞으로 네가 나아가야할 세상 속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금의 그 겸손함과 감사함으로 일거수일투족의 기준을 삼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DMZ 평화의길이 온 우주와 하나 되는 길이며, 그 길을 통해 겸손과 사랑을 직접 온 몸으로 겪고 체화하며 마침내 그간의 공부를 통해 알아왔던 진리인 ‘O’을 체득하여 진정으로 알고 또 하나되는 과정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니라. 너의 그런 과정 속에서 세상의 갈등과 분열의 상징인 DMZ는 그 역할을 달리하게 될 것이며, 한반도의 통일을 넘어 세계평화와 인류의 영적 진화의 상징적인 시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니라.


- 네, 어머님. 그리고 오늘 아침 깨어나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서울과 제주의 종합병원과 재활병원을 끝으로 2023년 봄 그 이전 1년간의 입원생활을 마무리하고는, 어머님을 어머님이 지내시던 제주도 집으로 모시지 않고, 다른 곳이 싫다시며 마다하시는 어머님을 억지로 육지 동생네로 모셨습니다. 저는 1년간의 병원간병 중에 틈틈이 준비해온 <푸파스저니 : 번데기의 환골탈태>라는 새로운 제주 생활습관여행 프로그램으로 그때까지의 마음공부를 세상 속에서 확인해 보는 과정을 시도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하였습니다만, 그때 저의 그런 생각과 결행이 O계의 뜻에 따른 것이었는지요. 어머님과 함께 살았던 편안하고 정겨운 제주도 집을 떠나 육지 도시에 살고 있는 동생네로 어머님을 새로이 모시는 것을 그 당시 어머님이 그렇게 완강히 거부하셨음에도, 그런 어머님을 뿌리치고 제 마음을 다잡아 억지로 모셔다 놓고는 모진 마음으로 뒤돌아 제주도로 돌아왔었습니다. 또한 그 당시 동생은 동생대로 하던 일과 함께 조카도 사고로 다치는 바람에 건강회복과 함께 향후 거취가 불분명해지면서 집안문제로도 많이 힘들었는데, 그런 동생에게 세상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만 들먹이며 조곤조곤 동생의 이해와 도움을 구하지 못하고 그저 어머님을 떠맡기다시피 하고 내려와 저의 뜻을 관철하였습니다. 그때문에 동생조차 그 당시 심히 마음이 일그러져 지금까지도 그 앙금이 채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다시한번 그때를 되돌아 어머님을 제가 계속 제주도 집에서 그냥 모시고, 하고자 했던 제주 생활습관여행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지 반추해 보게 되었습니다.


= 병상에 있을 때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그 당시의 나는 절대적으로 너에게 의지하고 있었고, 네 동생 또한 나의 자식이긴 하나 육신의 고달픔으로 나를 돌볼 사람은 동생이 아니라 네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온 몸으로 너와 제주집을 떠나 육지로 가는 것을 반대한 것이지만, 그것은 나에게 당시 주어졌던 나의 공부였다는 것을 말이다. 너는 너대로 O계의 파장을 받아 그 뜻대로 행한 것이 맞으며, 그 당시 나는 인간의 육신으로 몹시 힘겨웠고 그랬기에 그런 나의 육신을 가장 편하게 의탁하고 싶은 자식은 바로 너였으므로 그리 반응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입장과 하늘의 입장은 결정적인 순간에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것을 나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단다. 인간의 입장으로 얼핏 보면 그 당시 너의 처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으나, 하늘은 그렇게 삶과 죽음을 앞두고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그런 때를 인간의 의식의 대전환을 도모하는 기회와 시험의 장으로 삼는다는 것을 그때의 나는 몰랐던 것이다. 그 시점을 계기로 너와 나 모두에게 하늘의 시험이 내린 것이었다. 그 시험을 두고 하늘은 너와 내가 인간의 사적인 모자관계를 너머 어떻게 나아가는지를 다시한번 점검한 것이었다. 지난 일생동안의 너와 나간의 사사로운 모자관계를 절연하고 나아가, 너를 그때이후로 내가 직접 너의 남은 공부들을 인도해야만 하는 스승과 제자의 입장으로 대전환을 맞이해야 했기에 하늘은 그 여부를 시험으로 우리 둘 모두에게 물은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 이전에, 당시 너의 손길 없인 단 며칠조차 견디지 못하는 내 육신의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렇게 절대적으로 필요로 했던 너를 놓음으로써, 인간으로서 가장 어려운 자식에 대한 애착을 모질게 끊어내는 공부를 반드시 해내야 하는 것이었다. 그때 너는 그런 하늘의 뜻을 알고 너의 길을 제대로 간 것이었고, 그랬으므로 그 단절의 기간 동안 나는 인간의 인정과 도리를 떠나 나 스스로 O계와 온전히 다시 연결이 되어 너를 위한 마지막공부의 인도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란다. 이제 뒤돌아 볼 것 없다. 잘 한 것이다.


진리로 나아가는 길은 어느 순간 인간적인 한계를 뛰어 넘는 생사의 도약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그만 한계에 봉착하여 그치고 마는 것이므로, 가장 힘겨운 순간에 하늘은 인간의 행보가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지 시험으로 직접 묻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의 길에 영원히 머물 것인지, 아니면 하늘의 길로 도약하며 그 하늘로 되돌아 갈 것인지를 말이다. 생사의 경계 위에서 그 결정을 인간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너의 준비된 단단한 마음이 있었기에, 나 또한 그 시험에서 모자간의 인간의 정리를 내려놓고 너를 O계의 제자로 거듭나게 하는 스승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었단다.


또한 네 동생에게도 향후 나의 죽음으로 다가올 모자간의 이별을 위한 물리적인 준비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니만큼, 인간세상의 이치를 거슬러 너를 통해 동생에게도 나를 모시게 함으로써 동생 또한 진화의 여정에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니라. 네 동생은 그 당시 자신의 힘겨움을 토로해낼 대상으로, 억지로 나를 동생에게 맡기고 제 할일에만 눈이 팔려있다고 원망하며 형인 너를 내몰아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기에 급급하였으나 언젠가는 네 동생도 알게 될 것이다. 그때 네가 아니었으면 나의 육신을 엉겁결에 떠나보내고 나와의 갑작스런 이별에 천추의 씻지 못한 한을 네 동생 가슴에 품고 살았어야 했음을 말이다. 네가 그 미련과 후회를 없앨 기회를 동생에게 그렇게 준 것이니 오히려 동생이 언젠가는 너의 그런 마음을 헤아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늘의 뜻과 그 해나감의 방식은 어느 순간 인간세상의 이치와는 전혀 다른 데가 많은 것이니, 인간의 두텁고 아둔한 에고의 속성에서 벗어나 하늘의 뜻을 알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해내가는 것이 바로 지구에서 태어난 인간의 소임인 것이다. 그러므로 지상에서의 짧은 생을 자신의 영적 진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수련기간으로 삼고 사는 천수체의 사람들과, 그렇지 않고 지상의 시스템에 매몰되어 본능대로 유혹대로 좀비처럼 살아가는 지수체의 사람들간에는 하늘과 땅차이의 커다란 진화의 간극을 더하게 하는 시간이 될 뿐인 것이다. 지상에서 앞으로 너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해가는 가운데 동생과의 일처럼 세상의 상식에 반하여 여겨지는 일들이 태반일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손과 사랑의 전권대사 역할을 해야 하는 O계의 제자로서 너는, 그때마다 결연한 모습으로 그들의 무지와 아집을 흔들어 깨울 수 있는 O인의 모습을 견지하여야 할 것이니, 그것이 O인의 힘겨움인 것이다. 인간세상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너는 오로지 하늘의 뜻으로 살고 하늘의 뜻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알겠느냐.


- 네 어머님. 잘 알겠습니다. 어머님 살아생전에 여쭈어 확인한 것이나, 인간의 정으로 보아 당시의 어머님과 동생에게 제가 하늘의 뜻이라는 명분에 치우쳐 차마 인간으로서는 못할 짓을 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문득 들어 오늘 아침은 이 질문으로 어머님을 찾아 봬야겠다고 여긴 것입니다.


어머님, 이제 오늘부로 강원도 고성군을 지나 인제군으로 접어드는 구간에 들게 되었습니다. 어머님의 사랑과 겸손을 기억하며 어머님과 함께 하늘의 길을 이어가겠습니다. 49재기간동안 어머님을 위한 시간이라고 작정한 것임에도 반대로 어머님께서 늘 함께하시며 인도하시고 지켜봐 주시고 있음을 느낍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 D4. 2025년 9월 2일 (화) 맑음, 31코스 소똥령마을~진부령미술관 (14.5Km)

- 전체 일정 : 2025년 8월 29일 ~ 9월 27일 (30일간)

- 진행 방향 : (동쪽끝에서) 34코스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 (서쪽끝으로) 1코스 인천 강화 평화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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