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독자를 초대합니다

앤서니 호로비츠의 ⟪맥파이 살인사건⟫

by 백수광부



인간은 모두 죽는다. 병들어 죽고 사고로 죽고 전쟁에서도 죽는다. 나이가 들어 자연스레 죽기도 한다.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는 부자연스러운 죽음. 추리물은 이 부자연스러운 죽음을 다룬다.

추리물에는 수많은 탐정이 있다. 셜록 홈즈, 에르퀼 푸아로, 미스 마플, 아케치 고고로, 파일로 밴스, 필립 말로, 샘 스페이드, 루 아처, 사와자키, 김전일, 명탐정 코난 등.



탐정이 가는 곳마다 범죄가 일어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낯익은 얼굴의 탐정이 사건 현장에 언제나 있다.

장기 연재물에서는 탐정이야말로 연쇄 살인마란 유머나 그에 의한 피해자(?)를 세는 독자도 있다. 탐정이 범인으로 의심받는 내용도 이제는 흔하다.

추리물의 관점을 비틀어 범인이 주인공인〈명탐정 코난 범인 한자와 씨〉같은 만화도 있다.



타인의 죽음이란 불행은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게 해주니 어떤 탐정은 기뻐하기도 한다.

탐정은 죄가 없다. 독자가 카타르시스를 원하니 시체가 자연 발생한다.

작가는 사건의 씨앗을 심는다. 그 씨앗이 범인을 만나 시체를 만들고 탐정은 범인을 수확한다.

추리소설 독자는 범죄자도 아닌데 왜 살인 현장을, 완전범죄를, 밀실을 좋아하는 것일까.

독자는 시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범죄를 좋아하지 않는다. 살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수께끼를 좋아한다. 작가와의 두뇌 싸움을 즐긴다.

그것이 추리소설의 묘미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훌륭한 탐정 소설을 최고로 친다. 거듭되는 반전과 단서, 속임수 그리고 막판에 이르러 모든 게 밝혀졌을 때, 진작 알아차리지 못한 나를 발로 차주고 싶어지는 동시에 느껴지는 충족감.

⟪맥파이 살인사건⟫ 中


1920년대와 30년대까지는 추리소설의 황금기였다.

이 시대는 ‘후더닛’, 누가 범인인지를 밝히는 것에 집중한 소설들이 전성기를 맞이했고 독자들은 작가들과의 두뇌 싸움이란 게임을 즐겼다.

작가의 아바타인 탐정과 독자의 게임이 언제나 공정하지는 않았다. 그런 불공평한 게임에 독자들은 불만이 있었다.

게임에는 규칙이 있어야 했다. 공정한 게임을 위해 추리 소설가인 로널드 녹스와 S. S. 반 다인은 규칙을 만들었고 이를 ‘녹스의 십계’와 ‘반 다인의 20법칙’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추리 소설은 스포츠가 아니었기에 규칙을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독자와의 공정한 두뇌 싸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는 두 규칙을 신경쓰는 소설을 썼다.



⟪맥파이 살인사건⟫은 시체와 수수께끼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릇된 취향을 가진 독자를 위한 선물이다. 다중 플롯의 액자식 추리소설이다.

먼저 액자 밖에서는 편집자 수전 라일랜드가 추리 소설가 앨런 콘웨이의 신작 ⟨맥파이 살인사건⟩의 사라진 원고와 앨런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있고 앨런 콘웨이가 만든 탐정 아티쿠스 퓐트가 마을의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의 액자 안 소설 ⟨맥파이 살인사건⟩이 중첩된다.



가상의 영국 시골 마을 색스비온에이번을 배경으로 고전 추리소설의 규칙을 훌륭하게 지켜나가기에 1황금기 추리소설의 맛이 난다.

곳곳에 드러나는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한 오마주 역시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초반에는 다소 적응하기 힘든 다중 플롯 역시 궤도에 오르면 수전과 아티쿠스의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든다.

황금기 추리소설의 맛과 다중 플롯은 강렬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독자의 회색 뇌세포를 깨운다.

범인이 누구인지 앤서니 호로비츠와 두뇌 싸움을 한다면 이번 가을이 무료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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