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학 Feb 06. 2019

언제까지 힐링이 필요한 거야

더 이상 힐링이란 변명으로 도망치기는 끝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


세상만사 다 뒤로 하고 나만의 세상으로 떠나는 꿈. 무너진 나의 육신과 정신을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들 입에서 버릇처럼 나오는 말이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요리조리 치이는 축구공 마냥 현실 속에서 온갖 싸움을 벌이다 보면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우린 생각한다. 날 치료해줄 무언가가 필요해. 힐링(healing)이 필요해.


집에서 회사, 회사에서 집. 그저 사회의 한 부속과 같은 톱니바퀴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수도 없이 상상하곤 한다. 이 쳇바퀴를 과감하게 벗어나 아무도 알지 못하는 타지로 한 번쯤은 떠나는 자신을. 실제로 휴가를 사용해서 힐링을 테마로 하는 여행들도 많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거나 눈이 즐거운 멋진 전시관들을 돌아다니는 것, 높은 산 정상에 올라 외칠 때 느끼는 희열 등 힐링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정신적으로 치유받고 기력을 회복하기 위함은 같다.


하루가 부족해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조금의 시간으로 간단하게 힐링을 즐기기도 한다. 예를 들면 점심시간 남은 시간에 잠깐의 낮잠이나 출, 퇴근길에 듣는 노래의 가사들을 곱씹는 일, 잠에 들기 직전까지 나만의 세계를 인도해주는 소설책 한 권. 각박함에 여유를 불어넣어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다.


심리 치료로써 많이 쓰이는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형태로 체험할 수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 자아실현과 무의식의 통찰, 그리고 내적 치료. 쉽게 말하면 무작정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휴식을 통해서 얻어가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지친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물론 피폐해진 내면의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그것은 곧 후에 보다 좋은 결과들을 가져오는 발판이 된다.


20대 초반, 사회에 나가기 시작하는 사회초년생. 주변은 대부분 대학교를 다녔지만 군대를 가거나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친구들도 있었다. 다들 바쁘지만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중에서 몇 명은 사회에 나가는 데 있어서 겁을 먹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취업난의 소리, 미성년에서 성년이 되어 잃어버리는 보호 감 등으로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그들은 현실을 도피하기 시작한다.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complex), 성인이 되었지만 스스로 어른임을 인정하지 않는 심리현상이다. 영원히 네버랜드에서 어린이로 사는 피터팬과 같은 어른 아이. 꿈과 이상은 한 없이 크고 방대하지만 그것을 위한 실천은 적고 무력함만 깨닫는 것 같다. 결국 책임감이 낮아지고 자존감은 떨어진다. 현실을 부정한 채, 도망치기 바빠 어떤 일이든 쉽게 지치고 만다. 결국 그들은 어딘가에 자신의 힘듦을 어필하는데 애쓴다. 계속해서 핑곗거리를 만드는데 시간을 투자한다. 그들은 입버릇 같이 말한다.


“힐링이 필요해.”


힐링이 언제부턴가 하나의 변명이 되어 사용된다. 앞길을 막고 있는 장벽이 있다면 조금만 쉰다며 도망치기는 것이 아닌, 두 걸음의 도약을 위한 한 걸음의 후퇴라는 마음이 진정한 ‘휴식’이 아닐까 싶다. 누구든지 살다 보면 언젠가 지치는 순간이 온다. 그땐 힐링이라는 핑계로 ‘숨’지 말고, 힐링이라는 방패와 무기로 재정비 시간을 갖는 ‘쉼’을 택해보자.

이전 21화 행복을 위한 포기가 어딨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