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이후로 바뀐 나의 하루

직접 내린 커피 한 잔 마시며 긍정적인 생각하기

by 현의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이면 늘 다른 직원들과 함께 카페를 갔다. 회사에서는 점심 먹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었고, 회사 밖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많았기 때문이다. 그 회사에 머물렀던 시간만큼 그 프랜차이즈 카페에 대한 추억도 많아서 나는 회사를 떠난 이후에도 집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에 자주 들렸다. 언제나 듣기 좋은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고, 때때로 내가 좋아하는 조지 해리슨의 노래가 들려오는 것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그곳을 방문하는 것이 다른 카페를 가는 것보다 나은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서비스 정책이 좋았다.




그렇게 나는 카페의 열혈팬이 되었다. 듣기 좋은 노래가 끊임없이 나오고 뜨겁고 맛있는 커피가 마련되어 있고 곁에 있는 사람들 모두 자신만의 여유를 맘껏 즐기고 있는 그 나지막한 삶의 단면이 좋았다. 돈을 내고 임시로 빌려온 인생의 한 모습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전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후에 나는 그곳을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무엇 때문에 카페에 열광하는지를 떠올렸다. 우선 커피 때문이었다. 아무리 마셔도 뒤끝을 남기지 않는 아메리카노가 정말 좋았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가장 작은 크기의 커피가 3달러가 채 되지 않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었다. 그러나 회사를 떠나 한국에 돌아온 이상 그러한 장점은 더 이상 누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에 대해선 정말 아무것도 알지 못해서 커피를 만든다는 건 왠지 어렵고, 조작법이 복잡한 큰 커피 머신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인식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3,4만 원 정도의 싸구려 커피 메이커는 너무나도 다루기 쉬운 작고 편리한 기계였다. 가족이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은 원두가 매우 훌륭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커피 맛도 아주 좋았다. 두 사람 분의 커피를 만들려면 원두가 얼마나 필요한지 가늠하는 건 늘 까다로워 시행착오를 반복했지만 이젠 원두 양을 알맞게 맞추는 것도 눈대중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기분에 따라 내가 원하는 커피잔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커피를 직접 만들기 전까지 나에게 있어서 컵은 그냥 물 마시는 도구일 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마시는 컵이 어떤 모양인지 별로 개의치도 않았다. 물만 잘 담기면 되니까.




그러나 커피를 직접 만들기 시작한 이후 나는 집 안 높은 찬장 속에 한참을 숨 죽이며 살고 있던 컵 몇 개를 새로 꺼냈다. 카페에서 음료를 담아줄 때 이 빠진 컵에 주는 경우는 없다. 손님을 대접해야 하니까. 그래서 나는 최대한 예쁜 컵에 커피를 담기 시작했다. 나를 대접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집에서 나만의 카페를 즐기기 위해 갖춰야 할 매우 중요한 재료가 있다. 내 취향의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블루투스 스피커로 마음껏 듣는 것이다. 혹은 유튜브에 많이 올라온 카페 분위기 ASMR을 찾아 듣는 것도 기분전환에 정말 좋았다.




내가 카페에 가는 이유는 깔끔하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것에도 있지만 집과는 다른 정갈한 공간에서 듣기 좋은 평온한 소리와 함께 쉬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카페에 가지 않고도 이러한 것을 누리는 게 가능할까 싶었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스스로를 만족시킬 방법을 알고 있다면 꼭 특정한 어느 장소에 무조건 가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식사 후 즐겁게 커피 원두를 간다. 달각 달각 커피가 갈리는 소리도, 커피를 만들면서 퍼지는 향기도 이제는 내게 매일 다가오는 일상적인 행복이 되었다. 물론 아직도 카페가 많이 그립지만... 그래도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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