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1부 인간의 위대함은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덕
31. 의심스러울 때는 운이 따르는 사람 곁에 서라
행운이 따르는 사람은 만나고, 불운이 따르는 사람은 피하라. 보통 불행은 어리석음에 대한 벌인데, 이렇게 전염성이 강한 병도 없다. 따라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악이라도 절대 문을 열어주어서는 안 된다. 의심스러울 때는 현면하고 신중한 사람들을 따르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들은 머지않아 그들은 머지않아 최후의 승부에서 승리하기 때문이다.
오늘, 드디어 25년을 함께한 냉장고를 떠나보내는 날이다.
결혼 초, 임신에 좋다는 음식과 시골에서 보내온 채소들로 가득 채우던 냉장고.
아이들이 자라고 먹성이 늘었을 땐 반찬으로 꽉 찼고,
온 가족의 건강을 위한 음식 저장고였다.
그 누구보다 오랜 세월, 묵묵히 제자리에서 가족을 지켜준 존재였다.
내게는 하나의 가족 같은 물건이었다.
며칠 전, 무료 수거 접수를 마치고 하루 전날 오후 5~6시쯤 연락이 올 거라는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저녁 8시가 넘도록 연락은 없었다.
다음날 오전엔 병원에 가서 영양제를 맞아야 했기에
도움을 청할 사람을 미리 대기시켜야 했다.
냉장고는 크고, 엘리베이터는 좁다는 생각에
세 사람이 직접 사이즈를 확인했고, “가능하다”는 답도 받았다.
가정간호사의 방문 시간은 다가오고,
나는 결국 다시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은 "담당 매니저가 지금 일하는 중이라 연락을 못 했을 것"이라며
"오전 중에 방문해서 수거하겠다"고 약속했다.
곧 손목에는 주사바늘이 꽂히고, 나는 침대에 누워 6시간 동안 약을 맞았다.
12시 이전에 오겠다던 매니저는 11시 30분쯤 도착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문을 열어 주셨고, 나는 침대에서 인사를 건넸다.
작은 수레와 줄자를 들고 들어온 매니저는
들어서자마자 "엘리베이터가 작아서 수거 불가"라며 단정 짓는다.
“문을 떼도 안 된다”고 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가능하다고 해서 접수를 했는데,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다니.
애초부터 가져갈 의지가 없었던 건 아닐까?
냉장고는 분명히 수거 가능한 상태였다.
사람도, 시간도 준비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그 기회를 주지 않았다.
마음이 무너졌다.
결국 상황은 사람에 따라,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조직 안에서도 상담사와 매니저가 고객에게 주는 말의 무게는 달랐다.
그 차이가 신뢰를 잃게 하고, 실망을 키웠다.
편하게 일하면서 핑계를 만들고, 그에 비해 보상을 원한다면
그 일에 대한 ‘소명의식’은 어디에 있을까?
그런 삶은 어쩌면 죽은 삶이 아닐까?
25년을 함께한 디○○ 냉장고.
조금 더 곁에 있어도 나쁠 건 없다.
오늘 나는 냉장고 하나를 통해
나의 삶의 태도, 관계에 대한 책임감, 습관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약속을 쉽게 만들지 말고, 만들었다면 꼭 지키는 사람이 되자.”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그리고 행운이 따르는 사람이 되기 위해,
행동을 다듬고, 선택을 바르게 하자.
오늘, 불운을 몰고 오는 사람은 그렇게 내 삶을 스쳐 지나갔다.
내가 그 불운을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