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나오
루틴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나를 잃지 않는 일’이다.
오전 10시, 집 근처 농협 앞에서 회사 동료를 우연히 만났다. 처음엔 반가운 마음이 컸다. 나들이 삼아 잠깐 걸을 겸 나온 길이었고, 마침 컨디션도 괜찮았으니 밀린 일들을 조금씩 해보려는 생각도 있었기에, 그 만남은 큰 부담이 아니었다. 점심을 함께 먹고 카페까지 옮겨가며 이어진 대화는 다섯 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처음엔 가벼운 안부였지만, 곧 동료의 고단하고 답답한 일상 이야기로 가득 찼다.
내가 듣는 사람의 역할을 하게 되는 건 낯선 일이 아니었다. 언제나 그랬다. 사람들은 내 앞에만 서면 속마음을 풀어놓고는 한결 가벼워진 얼굴로 돌아갔다. 그 시간 동안 내 다리는 붓고 감각은 둔해졌지만, 그마저도 별일 아니라는 듯 스스로를 다독이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끝내 동료가 말했다. “너를 위로하러 나왔는데, 내가 위로받고 간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이 허전해졌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날들이 많은데, 왜 항상 듣는 사람, 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까.
집에 돌아온 시간은 오후 3시. 분명 아침에는 무언가를 해보자고 다짐했는데, 하루의 중심을 통째로 내어준 기분이 들었다. 마음은 복잡했고, 몸은 지쳐 있었다. 그때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나는 늘 이런 상황에서 나를 놓치게 되는 걸까?”
어쩌면 나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애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힘듦을 듣고 나면 나쁜 사람이 되지 않은 듯한 안도감이 들지만, 동시에 나라는 사람은 뒤로 밀린다.
그래서 나는 이제, 루틴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 ‘나를 가장 먼저 챙기는 시간’임을 점점 배워가고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들어주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전에 나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진심으로 타인을 위하고 싶다면, 나를 잃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한다.
이제는 하루 중 단 10분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남겨두고 싶다.
감각이 무뎌지기 전에, 마음이 휘청거리기 전에.
나를 가장 잘 지켜줄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걸,
조금 더 분명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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