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황청심환의 비밀

엄마라는 존재

by 또 다른세상

아픔에도 웃을 수 있다면 아프다고 늘 슬프기만 할까?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몸이 아프고 마음도 힘든 날.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그런 날에도 문득 웃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아픔과 행복은 그렇게 함께 찾아오기도 한다. 슬픈 일만 가득할 것 같은 시간 속에서도, 작은 웃음 하나가 나를 살게 한다. 반대로 행복한 순간에도 아픔은 늘 옆에 있다. 그게 삶인가 보다.

새벽 6시, 병원을 향했다. 혈액종양내과 진료를 앞두고 피검사를 먼저 해야 했다. 오늘 내 상태에 따라 항암 치료를 계속할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진료는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어졌다. 그래도 괜찮았다. 피검사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오늘 항암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항암 대기 3시간, 주사 맞는 시간 4시간. 긴 기다림이 이어졌지만, 불평은 없었다. ‘오늘 치료받고 집에 갈 수 있음’이 나에겐 최고의 위로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부작용으로 버티고 있는 내 몸, 참 고맙다. 부모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하다.’

엄마와 나, 오늘의 작은 사건이 있었다. 집에 들어서자, 집안 공기가 조금 무겁다. 혼자 아픈 엄마를 돌보고 있는 큰언니도 지쳐 보인다. “죽도 잘 못 드셨어.” 언니가 말했다.


엄마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셨다. 가방도 내려놓기 전에 얼른 엄마를 부축해 워커를 밀며 천천히 걸었다. 변기에 앉으신 엄마는 문을 닫고 싶어도 무릎이 걸려 열어놓은 채 앉아 계셨다. 그 모습이 왜 이렇게 마음 아프면서도 귀여운지. 잠시 후, 배를 쓸어내리며 힘을 주시던 엄마가 말했다. “아이고, 어지러워.” 그리고는 굳이 나에게 얼마나 나왔는지 확인해 보란다.


엄마는 온 힘을 다해낸 결과물이 기대 이상이었는지, 장난스레 웃으신다. 나도 모르게 말했다. “엄마, 이건 거의 우황청심환 수준인데?” 둘이 그 자리에서 한참 웃었다. 참 별일 아닌 순간인데, 그 웃음 하나가 하루 종일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아파도 웃을 수 있다면 엄마는 소파에 앉아 잠시 눈을 감으셨고, 나는 혈압과 혈당을 체크했다. 병원에서도 늘 나오던 수치다. 엄마의 몸은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살아내고 있다.

병원에 계셨다면 더 안전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 걷고, 움직이고, 화장실까지 가는 그 시간들이 엄마에게는 무엇보다 큰 운동이자 삶의 힘이다. 오늘도 엄마 옆에서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래, 이렇게 조금씩 살아가면 되지.’


당신도 지금 아픈가요? 혹시 지금

아픔 가운데 계신가요? 그렇다면 잠깐, 웃을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세요. 크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픈 가운데 웃을 수 있다는 건, 분명 삶이 아직 내게 남아 있다는 증거니까요. 오늘, 나는 엄마 덕분에 크게 한 번 웃었습니다. 그 웃음 덕분에 또 하루를 잘 견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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