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나오
은행나무 옆 풀꽃이 예쁘게 피었다.
조금만 걸어도 힘이 날까 싶어 아파트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무릎이 내 의지와는 다르게 자꾸 접힌다.
나무를 붙잡고 가까운 의자에 앉았다.
모자도 벗고 마스크도 벗었다.
봄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본다.
지나가던 사람이 나를 힐끗 보고, 다시 한번 돌아본다.
나는 그저 햇살을 느끼고 싶었을 뿐인데.
풀꽃 사진을 찍었다.
풀꽃과 은행나무가 나란히 서 있다.
서로 의지하며 자라고 있다.
든든하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한여름 얼마나 그늘을 만들어 줄까?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 본다.
세상에, 은행나무는 몸통만 남아 있다.
가지들은 모두 잘려 있었다.
모든 것을 갖췄다고 해서
반드시 누군가를 돕고 배려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래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나도 그럴 수 있다.
오늘 풀꽃과 은행나무에게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