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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Oct 29. 2020

주사, 보관 온도가 중요해

주사를 새로 처방받다

햇살도 따사롭고 자연도 아름다운 5월의 봄, 2차 시험관 시술에 도전했다. 1차 시술 때, 과배란 주사에 난소가 잘 반응하지 않는 것을 보시고 원장님께서 이번에는 저자극으로 해보자고 하셨다. 페마라정 약은 하루에 2알, 배 주사는 5월 8일, 5월 10일에 맞으면 된다. 저자극이라 배 주사가 지난번보다 적어 훨씬 수월했다. 1차 때는 주사를 하루에 3번도 맞아야 했는데, 이번에는 격일로 맞으면 되니 마음이 편했다.


시험관 시술 1차 때에는 주사 바늘을 배에 넣는 것 자체가 무서웠는데 지금은 능숙하다. 처음엔 멍도 들고 배가 바늘 자국이 여기저기 났는데, 지금은 조금 피가 나면 닦아주는 정도이다. 마음이 편하니 왠지 이번에는 잘 될 것 같다. 의사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여러 정보수집 결과를 종합해 보면, 나에게 저자극 요법이 더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약한 날짜가 되어 병원에 가서 먼저 피검사를 했다. 피검사 때문인지 조금 어지럽다. 작년 같았으면 지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텐데, 직장을 가지 않으니 뭔가 이상하다. 피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려 간호사분께서 물어보신다.


간호사 선생님: 직장은 안 가셔도 돼요?

나: 아, 저 휴직했어요.


휴직했다고 말하고 나니 뭔가 기분이 그렇다. '아, 난 이 시기를 잘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괜히 눈물이 났다. 이 울보.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내 맘을 다독이기 위해 서점에 가서 나에게 책 한 권을 선물로 사 줬다. 원장님 진료시간에 맞춰 병원에 와서 초음파를 봤다. 정말 감사하게도, 지난번에 나왔던 난자 수의 2배가 자라고 있었다. 지난번에 난자 1.5개(정상 크기 1개, 아주 작은 난자 1개)였다면 이번에는 3개가 나왔다. 나 같은 난소 기능 저하 군에는 저자극 요법이 더 잘 맞는 듯하다. 너무나도 감사하고 기뻤다.


IVF 75와 오가루트란을 맞고 병원에서 나왔다. 난임 지원 신청을 위해 보건소로 갔다. 휴직 중이라 건강보험료가 낮게 책정되어 이번엔 정부의 난임 지원도 받게 되었다. 시험관 1차 때는 지원을 받지 못했는데, 휴직 덕분에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휴직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처방받은 주사를 놓고 난자 채취일을 잡기 위해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난포 터뜨리는 주사 오비드렐을 받아 왔는데 문제가 생겼다. 주사가 든 보냉 가방을 차 속에 3시간 넘게 두었던 것이다. 5월이라 아직 여름이 아님에도 차 속 온도는 한껏 치솟아 있었다. 볼 일을 마치고 차로 돌아왔더니 얼음팩이 녹아있고 가방 윗부분이 뜨거웠다. 완전 깜짝 놀랐다. 냉장 보관하라고 했는데... 인터넷에 정신없이 검색을 해 보고, 병원에도 전화를 했다. 상온에 노출된 주사를 맞아도 되는지 물어봤더니, 본인의 선택이라고 하셨다. 이 주사는 비급여라 지원도 안 되는데. 만에 하나, 이 주사 때문에 난자가 제대로 채취되지 않는다면 후회가 막심할 것이다. 눈물을 머금고 병원에 가서 다시 주사를 처방받고 구입했다.


냉장 보관하는 주사는 보냉 가방을 너무 믿지 말고 집에 곧장 가서 냉장보관하는 게 참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상온 26도 이하면 괜찮다고 하셨지만, 더운 날씨에 차는 특히 조심해야 되겠다. 차 속 온도는 40도 가까이 올라가 버리기 때문이다. 집에 온 후, 저녁을 먹고 주사 맞는 시간을 기다렸다. 8시 30분, 손을 허겁지겁 씻고 8시 33분에 주사 놓는 데 성공했다. 두 배로 비싼 주사 맞았으니, 난자 채취가 잘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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