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할 때 지켜야지
어린시절, 엄마는 내가 목이 긴 편이라고 좋아하셨다. 옷 입을 때, 폼이 난다나? 나도 내 얇은 목을 보며 나름 만족했다. 그런데 목이 긴 게 안 좋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 뼈져리게 깨달았다. 목이 길어 슬픈 중년이여! 목이 긴 상태에서 목을 앞으로 쑤욱 내밀어 컴퓨터를 보거나 스마트 폰을 보고, 앞으로 고개를 푹 숙여 공부를 하니, 거북목이 되어 버렸다
웨딩사진 찍던 날이었다. 한껏 설레어 예쁘게 화장을 하고 사진을 찍는데 사진작가님께 많이 혼났다.
"신부님, 고개를 앞으로 내밀지 마세요. 턱을 뒤로 당겨요. 또 고개를 앞으로 내미네요. 그러면 사진이 안 예쁘게 나와요."
그 당시 내가 거북목이 심한지를, 내 자세가 안 좋은지를 깨달았다. 그렇지만 일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앞으로 숙여졌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거북목보다 더 무서운 게 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 때는 몰랐다.
그것은 바로, 목디스크였다. 2020년 2월 목디스크가 찾아왔다, 시험관 시술을 하면서 난자채취를 하는데, 너무 긴장한 탓인지 목이 뻐근했다. 목디스크를 예감하고 인터넷에 폭풍 검색을 했다. 목디스크 예방에 좋다는 도리도리운동, 멕켄지 운동이 있길래 열심히 따라했다. 목에 C자 커브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나무로 된 경추배개가 있어 무리하게 경추배개에 목을 누였다. 그러던 중 갑자기 무엇인가 찢어지는 듯한 강한 통증이 왔다. 디스크가 찢어진 것 것이었다. 점점 더 통증이 퍼져가더니 결국 강한 통증이 찾아왔다. 처음 겪어보는 통증이었다. 견갑골이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 없었다. 팔을 위로 올릴기도 어렵다.
너무 놀라 지인이 추천해 준 한방병원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고 재활과에 먼저 갔다. 원장님께서 인터넷에 아무 운동이나 따라하며 안된다고 하시며 참고할 만한 운동과 책을 소개해 주셨다. 그 후, 한방과에 가서 약침을 맞고 추나치료도 받았다. 조금 나아지는 것 같기도 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다. 머리를 감다가 또 삐걱한 것이다. 고개를 옆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다시 병원에 갔고, 침을 맞고 나니 조금 나아졌다.
십대는 공부하느라, 이십대에서 삼십대는 일하고 공부하느라 자세가 많이 흐트러진 것이 문제였다. 특히 요즘은 스마트폰을 보느라, 거북목인 상태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나 싶다. 그러다 쌓이고 쌓인 긴장과 스트레스, 안 좋은 자세의 결과가 이렇게 목디스크로 온 듯 하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늦었다. 지금부터라도 관리를 잘 하면 그나마 낫지 않을까? 정선근 교수님의 유튜브 강의를 듣고, '백년목' 책을 읽으며 목 위생(목에 좋은 자세)에 힘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9개월이 지난 지금, 또 다시 통증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안돼~!!! 제발, 목아, 건강하게 지내주면 안되겠니?' 목에 심상치 않은 통증을 느끼고 새벽 4시 30분경, 잠이 깨었다. 목이 아플까봐 잠을 자기 어렵다. 이렇게 나이는 먹으면서 늘어나는 것은 연륜에서 오는 지혜보다는 몸의 이곳 저곳 삐걱거리는 소리와 통증이다. 나이가 아직 3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데, 이렇게 몸이 축나서야... 일보다 건강이 먼저다. 목 디스크로 아픈 시간도 나의 시간이라, 이 시간을 기록하고 저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