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이 필요해!
점심을 먹고 난 뒤, 휴일임에도 남편은 회사에 갔다. 점심때 한 밥이 맛이 없었는지 우리는 둘 다 밥을 많이 먹지 않았다. 나의 요리실력의 부족함 일지도 모른다. 최근 계속 설사를 한다. 무엇 때문일까? 일을 하지 않음에도 무엇이 스트레스 이길래 계속 설사를 하는 것일까? 배가 아파 화장실을 다녀온 뒤, 남편이 읽던 책을 소파에 앉아서 읽는다. 요즘 남편이 관심 있는 주제는 나도 알아놓아야 할 듯해서 책을 편다. 60쪽가량 술술 읽혔는데, 점점 잠이 온다. 노곤하다.
방에 들어가 잠을 잤다. 자는 순간에도, '내가 왜 이러지?' 하는 마음이 크다. 뭔가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모두 귀찮기만 하다. 아기를 가지는데 집중하고, 다른 일을 안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컸던 것일까? 그 반동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려니 그것도 힘들다. 한편으로는 '아기를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맘속을 계속 맴돈다.
어제 친한 언니와 한 대화가 계속 생각난다.
"감사하자. 우리가 건강한 것도, 이렇게 주말에 쉴 수 있는 것도 얼마나 감사해? 먹고 싶으면 슈퍼에 가서 소시지 사서 집에 와서 먹는 것도 행복이고. 누구나 걱정거리는 하나씩 있고, 기도할 것이 하나씩은 있어. "
그렇다. 사실은 다 감사한 것인데, 내가 내게 주어진 상황에 감사할 줄 모르고 툴툴댔던 것 같다. 창밖을 바라보니 하늘은 맑디 맑다. 주중에 미세먼지가 있어 뿌옇던 하늘이 언제란 듯, 파스텔톤 옅은 하늘색에 아주 느린 속도로 조금씩 움직이는 구름이 참 예쁘다.
모든 것을, 감사로 바라보면 감사하지 못할 것이 없는데, 괜히 맘 속에 회의와 불신으로 내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오후 3시 넘어서까지 낮잠을 잔 날 자책하는 대신, '아, 자고 일어났더니 좋네. 날씨도 맑은데, 산책이나 나가볼까?' 하는 메시지를 다시 나에게 던진다.
조금 걷다 보면, 마음에도 생기가 돌지 않을까? 다시 생명력이 넘쳐, 삶을 활기 있게 살고 싶다. 바깥공기 좀 마시고 오자. 햇빛 좀 쐬고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