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숭생숭한 마음
난임 휴직을 연장하고, 불안이 몰려왔다. 난임 기간은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시험관 시술만 몇 번 하면 금방 아기가 생길 줄 알았는데... 어느덧 1년이 지나가고 있다. 난 도대체 1년 동안 뭘 한 거지? 그런데 이 막막한 시기를 더 연장해야 한다. 복직도 많이 고려해 봤다. 그렇지만 직장 근처에 원룸을 얻어 직장을 다니면서 시험관 시술을 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았다. 이것을 선택해도, 저것을 선택해도 마냥 좋지만은 않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이것을 선택하면 이런 점이 좋고 저것을 선택하면 저런 점이 좋겠지만.
난임 기간의 힘든 점 중 하나는 '외로움'이다. 거의 의도치 않게 코로나로 인해 1년 동안 자가격리를 하며 시간을 보낸 듯하다. 누굴 만나기도 힘들고, 만나서 밥을 같이 먹기도 힘들다. 내가 밥해서 나 혼자 밥 먹고 설거지하고 집안일 조금 하다 보면 금방 시간이 가 버린다.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영어 공부를 하고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런 일도 임신에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듣고 안 하려니, 더 우울하기만 하다.
임신 준비를 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아기만 생각하고 있어야 할까? 그것도 생기지도 않는 아기를? 조금 지치는 것 같다. 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밥 같이 먹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난임을 공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겪어보지 않고서는 어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인생은 각자 자신만의 짐을 지고 가는 여정일 것이다.
내가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어야 한다. 내가 뭘 먹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 물어봐주고,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법을 연습하는 시기인가 보다. 문득문득 드는 불안감, 이 불안감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 나.. 정말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아기는 왜 안 생기는 것일까? 휴직으로 인해 포기해야 했던 많은 것들을 의연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휴직해서 얻는 것도 많지 않았는가?
오늘은 조금 슬프다. 한 주가 시작되었는데, 난 뭘 하고 있는 것인지... 다람쥐 챗바퀴 돌듯 도는 하루인데, 하는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난 공부도 좋아하고 계속 성장하고 싶은데, 직장에서 전문성을 더 키우고 싶은데... 손목이 묶인 것만 같다. 정말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다른 것들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겠지.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쉽게 오는 것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어렵게 오는 것일까?
한 번의 유산과 여러 번의 시험관 시술... 그래도 지나 보면 할 만했다. 할 만했다. 할 만했다. 그래, 할 만했어.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그 정도는 감안해야지. 난 정말 아기가 갖고 싶은 것일까?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오늘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내 답답한 마음을 알아줄 친구가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