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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인정에 쿨할 수 있을까?

내 모습 그대로

by 햇살샘

난 전형적인 첫째이다. 책임감이 강하고 걱정도 많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공부를 잘해서 부모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고 싶었고, 가정의 크고 작은 일을 걱정하고 염려했다. 집 밖에서는 어른들,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인정받길 원했다.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듯, 나도 그러하며 어른이 되어서도 쉽사리 이 부분에서 자유하지 못하곤 한다.


내 있는 모습 그대로 존귀하고 귀한데, 무엇인가가 되어야만 할 것 같다. 훌륭한 작가를 보면 작가가 되고 싶고, 유명한 유튜버를 보면 인기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 영상을 잘 만들어 유명해지고 싶다. 그런데 헛웃음이 나온다. 난 아직 작가로서 기반이 단단하지도 않고, 유튜브 구독자도 많지 않다. 힘들게 글을 썼는데, 사람들이 많이 읽어주지 않으면 허탈하다. 자기만족을 위한 글로 그쳐버리는 것 같다. 물론 그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마음 한켠이 헛헛하다. 시간을 많이 들여 영상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속상하기도 하다. '내가 어떤 점이 서툴러 그럴까?' 자기 분석을 해 본다. 유명한 크리에이터 영상을 찾아보고, 내 영상을 비교해 본다. 역시, 내 영상은 그들의 영상에 비하면 초라하다.


왜 작가가 되고 싶은 거야? 왜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 사실 이 둘의 공통점은 '영향력'인 것 같다. 아마도 난 나의 작은 재능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나 보다. 그런데 마음 깊숙이 들여다보면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다. 내 마음과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싶고, 인기가 있었으면 좋겠구나?'

'응'

'왜 주목을 받고 싶고, 인기가 있었으면 좋겠어?'

'음... 나도 잘 모르겠어.'

'그게 그만큼 가치 있다고 느껴져?'

'아니, 실은 그런 마음이 있는 게 부끄럽기도 해. 사람들의 인기를 쫓는다는 게 참 어리석은 일인데.'

'돈도 벌고 싶은 거야?'

'응... 솔직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단어로 대화가 집약된다. '명예'와 '돈'.


난 세속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나름 가치를 쫓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내 마음속에는 욕심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 욕심이 날 채찍질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욕심이 내 건강을 갉아먹었을지도 모른다. 그럼 명예와 돈을 얻으면 과연 행복할까?


유명 스타들을 생각해본다. 그들은 인기와 돈을 거머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 '인기'도, '돈'도 결코 진정한 행복과 만족을 줄 수 없음에도, 그런 허상들이 나의 모든 욕구를 채워줄 듯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론 세상을 살 때에 명예도, 인기도, 돈도 있으면 좋고 편리할 것이다. 있으면 당연히 좋다.


그렇지만 그런 것이 없다고 내 인생이 불행한 것일까? 유명하지 않아도 난 나이다. 내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내 가족에게, 날 아는 지인들에게 난 소중한 사람이다. 그들은 날 사랑하고, 나 또한 그들을 사랑한다. 대중에게 난 '익명의 사람'이지만, 가족과 지인에게 난 '특별한 사람'이다.


돈, 물론 많으면 좋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 더 가지려고 하면 마음에 번뇌가 일어날 뿐이다. 직장이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오늘 당장 마트에 가서 식료품을 살 돈이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당장 버스비가 없어 발을 동동 굴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가만히 있어도 그 자체로 귀한데, 왜 그리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싶어 하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지? 내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다. 내 마음의 기준을 다시 찾아본다. 꼭 세상의 기준대로 100점을 받을 필요가 없다. 내 삶의 목적과 방향을 정하고, 그 길을 따라간다면 세상의 기준으로는 대단한 삶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멋지지 않을까?


다시 중심을 세운다. 갈대같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때로는 욕심에 번뇌하는 연약한 인간이지만 다시 무게 중심을 잡는다. 이 땅은 소유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사랑하러 온 것이라고. 나중에 인생을 마무리할 때, 더 소유하지 못해 후회하는 것보다는, 유명해지지 못해 후회하는 것보다는, 더 사랑하지 못해 안타까워하지 않을까? '인정받는 인생'이 아니라 '사랑을 주는 인생’이 되자고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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