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잘하고 있는 걸까?
서울에 코로나가 너무 심해 시험관 시술 관련해서 초진을 1달 연기했다. 친정과 가까운 대구에 있는 난임 병원도 고민해보기로 했다. 시험관 시술도 안 하고 있고, 그렇다고 일도 안 하고 있는 이 공백기가 요즘은 굉장히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난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가? 내 인생, 괜찮을까?
어제는 출판 기념회가 있었다. 동아리 선생님들과 같이 쓴 책이 출판되는 기쁜 날이었다. 예쁜 화분과 케이크도 선물 받아 너무나도 감사한 날이었다. 출판 기념회를 하면서, 쓴 책을 근무했던 교장선생님께 가져다 드리고 와서 책을 같이 쓴 선생님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는데 도저히 집중이 되지를 않았다. 난 영어 교육 관련해서 책을 쓰고 싶었는데, 다른 선생님들께서 책을 쓰셨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쁘고 축하해 드리는 마음과 동시에, '난 올해 무엇을 했지?'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면서 슬픈 마음이 들었다.(내가 애써서 쓴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한 현상을 겪었다.)
만약 내가 학교에 다녔으면, 온라인 오프라인 수업도 다 경험해서 좋은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지금 휴직이라 난 온라인 수업에 대해 간접적으로만 들어서 책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나도, 교과교육 관련해서 책 쓰고 싶은데, 나도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은데, 이렇게 난임 휴직해서 있는 거 괜찮은 걸까? 여러 복잡한 생각에 마음이 힘들었다.
너무나도 아이러니하다. 참으로 어리석다. 이건 마치, 부모가 두 자녀에게 좋은 선물을 줬는데 언니 선물이 더 좋아 보인다고 자기 선물은 내팽개치고 생떼를 쓰며 우는 아이와 같이 유치하다. 유치한 줄 알지만, 유치하게 마음을 가지는 내가 너무나도 바보 같다.
집에 오는 길에 차를 태워주신 선배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께 나의 선택에 대해 너무나도 불안하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휴직을 한 것이 맞는지? 휴직을 하면서 임신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이런 어정쩡한 상태가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선생님께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하신다. 자신이 선택한 것에는 힘을 실어줘야, 마음이 평안하고 바라는 일도 이루어질 거라고 말씀해 주신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어도, 최선을 다 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씀해 주신다.
'나, 올해 잘 지냈을까?'
아기를 갖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그렇다. 물론 내 마음을 잘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어려웠던 시험관 시술을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완수했고, 3차례의 시험관 시술을 잘 감당했다. 어디도 속하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이지만, 하루하루 의미를 찾으며 매일 감사일기를 쓰면서 감사하고자 애썼다. 동아리 선생님들과 같이 협력해서 책도 출판했다. 일하면서 시험관 시술을 했으면, 축났을 수도 있는 몸이 덜 축났다. 감사하다.
집에 와서 남편과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랬더니 남편이
"여보는 브런치 작가잖아요!"
생뚱맞은 반응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나 브런치 작가 맞다. '누가 남의 난임 이야기에 관심이나 가질까? 독자도 별로 없는 브런치 작가인데?' 이런 생각에 헛웃음이 난다. 그런데 남편은 내가 브런치 작가인 게 엄청 자랑스러운가 보다. 다시 생각해본다.
그래, 나 브런치 작가야.
올해 한 일을 돌아보니 나 마음을, 내 고민을 브런치에 쏟아놓았다. 그러면서 숨통이 조금 트였던 것 같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공감하기 힘든 비주류 이야기(?)인 난임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가끔 계셨다. 글을 쓰면서, 내 글을 다시 읽으면서 내 자신이 제일 먼저 위로받았던 것 같다.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글이라면, 나에게 난 '작가'의 정체성을 줄 자격이 있지 않을까? 물론 타인에게도 좋은 글을 쓰는 진정한 작가로 성장하면 정말 좋겠지만 말이다.
내년에 난 또 휴직을 했는데, 휴직을 한 상태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내년 휴직을 취소해야 할까? 싱숭생숭한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여전히 불안한 마음에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나, 인생 잘 살고 있을까요?
나, 괜찮을까요?
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여러 질문들, 여러 고민들, 해답은 결국 내가 찾아야 한다. 그 고민들 때문에 가끔은 너무나도 머리가 아프고 좌절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좋은 점을 보고, 다시 감사로 기쁨으로 인생을 바라보아야겠다. 타인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기보다, 내게 없는 것을 속상해하기보다, 지금 주어진 삶이라는 선물을 다시금 소중히 가꿔가야겠다.